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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다 Mar 06. 2020

어찌할지

울적한 글은 적지 말아야지 다짐을 했건만, 가장 슬프고 가장 우울할 때 많은 글을 써 내려간다. 메모장과 이곳저곳 저장해둔 글이 몇 주 사이 차곡히 쌓여간다. 해소되지 않는 것들을 쏟아내고 그 언젠가 시간이 흐른 뒤 글을 읽게 되면, 그때는 좀 더 나아진 내가 그 글들을 읽고 있을까. 불안하고 해소되지 않는 일의 연속이다. 해결되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렇다 할 방법 없이 나는 나를 갉아먹고 있는 걸까. 별안간 벗어나 보겠다고 부단히 무언가를 해본다. 사실 본질과는 거리가 먼 그저 외면하기 위한 일들이다. 그러다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온다. 차라리 영화에서 처럼 아무런 기억 없이 리셋이 되면 좋으련만, 괴로움은 더 커진 상태에서 제자리걸음이다. 살아가기 아니 살아내기란 너무 힘들다. 왜 생각을 해야 하고,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하며, 자괴감이 들어야 하며, 슬픔을 온전히 느껴야 하는 걸까. 차라리 미치는 것이 좋을 텐데 미칠 무언가가 없는 것도 실낱같은 이성을 놓지 못하는 것조차 화가 날 지경이다. 아주 작은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분명 이전엔 알았던 것 같은데, 느껴본 감정들이 분명한데 이제는, 다시는 알 수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잠시 잠깐 다른 곳으로 정신머리를 돌려본다. 정말 잠깐. 차라리 이렇게 잠깐의 순간을 쉼 없이 반복하면 아주 조금은 흐릿해질까.


혼자 울다가 웃다가 멍하니 앉아있던 작은 집을 나서면 아무런 근심 걱정 없는 사람인 양 연기를 한다.

딴에 재주가 있긴 하네, 평범한 일상 연기실력만 늘어가니까. 이 상황에 웃어야 할까 다시 울어야 할까. 진짜 내 모습은 나 혼자만 알고 짊어지고 가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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