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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다 Oct 11. 2021

과정만 남은

노트 수집하는 것을 좋아한다.

정정한다. 종이로 만들어진 예쁜 무언가를 구매하는 행위를 좋아한다.

소비의 끝엔 그 소비행위가 필요한 것임을 증명하듯 일단 개시를 하고 본다. 그렇게 몇 장의 끄적임이 남은 노트만 여러 개. 여행지에서의 낯선 감상을 몇 장 끄적인 노트에서부터 친구와 작당모의를 하며 아이디어를 몇 자 적어둔 노트, 20XX 년의 호기로운 새해 다짐이 작성된 노트까지. 이 노트들의 공통점은 모두 끝을 맺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는 이렇듯 과정의 흔적만이 가득하다.


끝맺음 없이 항상 진행 중인 나의 마음과 행동, 뚜렷한 결과물이 없으니 양치기 소년이 된 기분이 들었다. 글쓰기도 그랬다. 블로그와 브런치, 일기를 열심히 쓰다가도 어느 시점엔 뚝 끊기기 일쑤였다. 이유는 항상 있었다. 시간이 없고, 체력이 없고 뭐든 없었고 결국 결과물도 없었다. 의지도 없었다기에는 조금 자존심이 상했나 보다 약간 병약한 느낌을 더해 '지구력'이 부족하다 표현했다. '돈'은 매우 중요했기에 매일 아침 출근하고 사무실에 앉아있을 지구력은 있었지만, 나의 흔적을 남길 지구력은 부족했다 생각하니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다. 또 지구력이 부족한 시점이 찾아올 수는 있겠지만 재촉하지 않고  띄엄띄엄 무언가를 남기다 보면 눈에 띄는 지구력이 생기지 않을까. 더 이상 과정만 남기기에는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생각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구색 맞추며 시간을 보내다 이전과 같이 과정만 남길 수는 없으니 트레이닝을 한다고 생각하며 이것저것 남겨보기로 한다.


매일 같이는 아니더라도 한 곳에 쌓아 두다 보면 작고 귀엽게 뭉쳐진 내 지구력을 볼 수는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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