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군산 두 곳에서 일을 해보니 알게 된 것이 있다. 미친 듯이 하면 진짜 미치는 수가 있다는 것.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어떤 하나의 일에 미쳐서 밤낮으로 고민하고 연구했더니 성공했다는 잘 나가는 유명인들의 이야기. 한 가지 취미에 미친 오타구가 성공했다는 성덕 이야기.
열정을 갖는 것은 무조건 옳은 일이고, 꿈을 꾸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믿음. 20대에는 그렇게 나도 생각했고 꿈과 열정을 향해 앞으로 돌진했다.
하지만 무조건 열심히 하면 결과를 얻었던 학창 시절 때와는 차원이 다른 게임이었다. 미친 듯이 하면, 열정을 다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때는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당시 내 열정이 향하는 곳은 성공한 삶, 즉 연봉 높고 직업, 인기 있는 직업을 갖는 것이었다. 여기에 더 큰 꿈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통해 이런 것들을 이루고 싶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돈만 좇았다면 오히려 삶이 단순하고 실제로 그것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7년간의 직장생활 동안 5군데의 직장을 다닌 것인데, 인턴쉽을 참여하기도 했다. 입사 지원도 대략 100군데의 회사에 원서를 넣지 않았을까 싶다. 면접도 수도 없이 보았다. 그런데 콘텐츠 업계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대중성 같은 것들이 중요했던 것 같은데, 이런 것들은 노력한다고 공부한다고 얻어지는 감각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게 20대 동안 미친듯한 열정을 뿜어내며, 나만의 일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지만 결국 나에게 남은 건 이렇다 할 커리어는 없었고 불안과 불만으로 가득 찬 내 안에 괴물만이 남았다.
나는 늘 주말이면 스타벅스에 갔는데, 친구랑 수다 떨고 그런 이유가 아닌 책을 읽거나, 자소서를 쓰거나 자기 계발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똑똑해지는 법, 트렌드를 알기 위한 것들을 검색했다. 그냥 재미있으니까 하는 것들은 별로 없었다. 늘 생산성있는 것, 미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로만 시간을 채워나갔다.
지금은 어찌하다보니 군산에 내려와 재택근무 프리랜서를 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30대 중반이 된 지금, 되돌아 보면 그대의 자기계발이 도움이 되었을까? 큰 도움은되지 않았던 것 같다. 사회가 원하는 것은 정답이 아닌, 각 사람의 개성이 담긴 고유성, 창의성이 아닌가 싶다. 그런 것들은 노력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닌 내가 순수하게 몰입하고 즐거움을 느낄 때 자연히 만들어 지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의 결론은 꼭 그렇게 바쁘게 열심히 살아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노력이나 열 장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열정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성공하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이 될 것 같아 불안감에 뭐라도 하려는 상태,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계속 다른 우물을 파게 되는 조급함 이런 것들 말이다.
특히 군산에 내려오며 소도시답게 느리고 여유로운 일상을 경험하고 나니, 더욱이 무조건적인 열심히 좋지 않다라는 것이 느껴진다. 군산은 서울과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유동인구가 적고 고층빌딩이나 트렌디한 회사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눈앞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지 않으니 그런 것 같다.
서울에서는 높은 빌딩, 비싼 음식, 비싼 옷, 예쁘고 멋진 사람들의 화려한 삶을 매일같이 마주친다. 꼭 서울이 아니더라도 SNS를 통해 대부분 대한민국 사람들이 그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겠지만. 그렇지만 서울은 더 가까이서 그것을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강남만 가도 그런 화려한 삶들이 피부로 느껴진다.
그런데 군산은 서울처럼 빈부격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비슷한 소득 수준, 비슷한 주거 환경 소비 환경에 있기 때문에 일상 생활 권에서 그런 SNS의 화려한 삶이 눈 앞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남과 비교하는 생각이 덜해지고, 들끓는 욕망도 잠시 잠잠해진다.
여기서 만난 몇몇 사람들이 많진 않지만, 무리하게 일을 하거나 지나치게 바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늘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마음에 사로잡혀있던 나에게 이곳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실제로 정말 내가 여유로운 삶을 사느냐 그건 아니다. 여유로운 삶이라고 해서 성실하지 않은 삶은 아니다. 여전히 하루 시간을 꽉꽉 채우고 투잡을 하고 있지만 예전과 다른 것은 마음의 여유인 것 같다. 몸은 바쁘더라도 마음은 여유롭다.
지금까지 바빠야지만 잘 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아닌 것 같다. 다른 사람을 위해 시간을 낼 수 있는 여유,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을 수 있는 넉넉함, 이런 게 진짜 인생 고수의 덕목이 아닐까? 내년에는 좀 더 넓어지는 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