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퇴사를 꿈꾸는가?
인턴까지 포함해 6개의 회사를 경험했다. 요즘 mz 퇴사 열풍은 이제 흔한 하나의 문화(?) 현상처럼 되었지만, 나 또한 mz의 시작점에 있는 90년 생으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퇴사 행렬의 선봉에 섰었다. 지금은 6개 회사를 거치며 야금야금 배운 기술들을 모아 소소하게 프리랜서로 살아가고 있다.
흔히 mz세대 퇴사 열풍을 두고 참을성이 없냐느니, 끊기가 없다느니 하는 말들이 오간다. 그러나 퇴사에 대한 욕망은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직장인들이 느끼는 바일 것이다. 직장인은 모두 가슴 한편에 사직서를 묻어두고 살아간다는 말이 있듯이 누구나 직장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것이다.
왜 우리는 퇴사를 꿈꿀까?
사람마다 퇴사를 하고 싶은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이 글에선 내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원인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참고로 나는 내향적이고 외부 자극에 예민한 편이기에 감안해서 봐주시길 바란다.
# 고층 빌딩의 사무실 문을 열면 닭장이 펼쳐진다.
직장은 그런 것이라고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나요?
2016년 9월 즈음 꿈에 그리던 중견기업, 업계에서는 1위이었던 회사에 두 번의 문을 두드린 결과 운 좋게 턱걸이로 입사하게 되었다.
첫 회사는 서울의 업무 중심지 종로에 위치해 있었다. 고층 빌딩숲이 청계천을 사이에 두고 빼곡히 늘어선 곳. 사회초년생이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곳이었다. 사원증을 목에 메고 세미 정장을 갖춰 입고 1시간 반쯤 걸리는 거리를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했다. 또각또각 구두를 신고 회사 건물을 향해 걸어갈 때, 발걸음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화려한 건물 외부와 달리 막상 회사 안으로 들어가자 닭장처럼 빼곡히 파티션으로 나눠진 업무 공간이 펼쳐졌다. 회의실이나 탕비실에서는 전망 좋은 뷰도 감상할 수 있었지만, 정작 내가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은 앞옆이 막힌 파티션 속이었다.
겉모습의 화려함과 달리 직장은 대기업이나 작은 기업이나 한 뼘쯤 되는 닭장 속에서 8시간을 보내는 것은 똑같다. 개인 적인 경험에 비춰보면 오히려 작은 기업이 마음은 더 자유롭고 편안했다.
# 프로페셔널해야 한다는 압박감
솔직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게 척해야 하는 공간이 매 순간 갑갑하게 느껴졌다. 멋지게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주도적으로 업무를 이끌어가는 프로페셔널한 분위기 속,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았다.
백조가 물 밑으로 처절하게 발을 구르듯, 모두가 자신 없음을 감추기 위해 더 큰 소리로, 더 자신의 능력을 내보이고 포장해야만 하는 압박 속에 있다고 느껴졌다. 모두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춘 채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로 가면을 쓰고 있어야 한다는 기분. 회사는 실패를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개인의 나약한 모습이나 솔직한 생각은 감춰야 한다.
회사는 총성 없는 전쟁터라 했던가. 감정을 뺀 딱딱한 말투로 업무 이야기를 주고받거나 상사에게 피드백을 받을 때면 그 화살이 날아와 마음에 콕콕 박혔고 분노와 반발심은 계속해서 커졌다. 모든 사람이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줄 수 없는 것인데 말이다.
# 월급의 노예 (feat. 다이내믹듀오)
“어떤 이들은 얼짱의 노예,
어떤 이들은 학점의 노예,
어떤 이들은 느슨한 넥타이 직장인들은 월급의 노예“
- ring my bell / 다이내믹듀오 -
그렇다. 회사는 현대판 노예 계약인 것이다. 사람들이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그곳에서는 진정한 존중이 없고 개인의 자율성이 묻히기 때문이다. 회사에 들어간 순간 8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꼼짝없이 책상에 앉아 집중력을 발휘해야만 한다. 어떤 날은 산책을 하며 머리 좀 식히고 싶고, 어떤 날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일을 하고 싶을 수도 있지만 그런 자유를 박탈당한다. 시키는 일에 대해서는 선택의 여부없이 해내야 하고 또 영혼을 갈아 넣어 잘 해내야 만한다. 또한 업무적으로만 대하는 태도에서 사람이 아닌 대상이 되는 것이다.
지금에서 생각하면 돈을 받고 일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이런 강제적 노동을 부여받는다는 것은 피해 갈 수 없고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운 때는 월급 잘 주는 곳이면 그걸로 땡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때는 그게 부조리하다고 느꼈었고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하지만 회사라는 조직 특성상 누구나 노예가 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 의욕은 넘치는데 실력이 없었다.
내가 회사에서 퇴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두 번째, 자율성이 강한 성격인데 안타깝게 실력은 그만큼 없었던 듯하다. 초년생 때 회사생활에서 나를 셀프 평가해 본다면 자율성이 강해 나 스스로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싶은 의욕은 강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실력이 없었기에 회사생활의 불만족은 커져갔던 것 같다. 즉 스스로 나를 증명하지 못한 데서 오는 남 탓이었을까.
마케팅 관련 업무들이었기 때문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중요했다. 그런데 나는 트렌드를 따라가고 싶지 않았다. 트렌드 이상의 마치 엄청난 울림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꿈꿨던 것 같다. 남들 하는 만큼 흉내 내고 적당히 베끼면 되었을 것인데. 난 특별하고 싶다, 대단한 것을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었을까.
사람들이 퇴사를 하는 이유는 연봉이 낮아서, 내가 원하던 업무가 아니어서, 사람관계가 힘들어서 등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일을 잘 해내지 못하거나 해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가 아닐까. 일을 끝내주게 잘한다면 회사는 그 사람을 붙잡기 위해 연봉을 올려줄지도 모른다, 일을 잘하게 되면 원하는 업무가 아니어도 재미가 느껴질 수 있다. 사람도 일 잘하는 사람에게는 잘해주고 잘 보이려고 하는 법. 사회 초년생들이 잦은 퇴사를 하는 원인 중 하나는 이 일을 내가 잘 못해낼 것 같기 때문에, 그리고 이로 인해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든 지금은 결혼이라는 보기 좋은 명목으로 지방으로 이사오며 직장과는 빠이빠이를 하게 됐고 재택근무의 길을 걷게 되었다. 수입은 전보다 줄었지만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된 것은 사실이다. 직장을 나오면 지옥이라는 말이 있지만 요즘은 천국은 바라지도 않고, 지옥만 아니면 된다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그렇다 밖은 천국은 아니지만, 지옥은 안었다. 지옥을 나오니 이제 숨을 쉬며 살 것 같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정말 지옥처럼 느껴졌던 첫 회사에서 배운 것들로 그다음 회사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고, 현재는 1인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혹시 회사에서 고군분투 중이라면, 끝은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기술을 익히시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