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프롤로그

[제주도 이야기, Since 2021] #01. 프롤로그

by 벼랑끝

[제주도 이야기 Since 2021] # 01. 프롤로그


3개월 후에 사업장이 폐쇄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말은 내가 곧 실업자가 된다는 뜻이다.


회사에서는 물론 100% 전근을 보장한다는 말도 함께 남겼다.

혹시라도 여의치 않으면 조금만 기다리면 적당한 자리에 배치해 준다는 것이다.

계약직 근로자의 운명이란...


사업장 폐쇄 소식이 전해지자 사무실은 발칵 뒤집어졌다.

사람들은 회사를 뜰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고 업무는 엉망으로 흘러갔다.


사람을 새로 뽑을 수 없는 상황이니 남은 사람의 업무량은 몇 배로 늘어났다.

이런 와중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팀장의 정년퇴임이 다가왔다.

다른 회사에 일을 넘겨야 하는데 책임지고 마무리할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도급을 받아 일을 하는 입장에서는 이럴 때 잘못하면 큰 불이익을 받는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사에서 담당자가 찾아왔다.

"저~~ 인수인계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내가?"


"이전 팀장님이 강력 추천하셨어요."

"쩝~ 그 양반은 또 왜 그랬데?"


" 믿을만하다고."

"헐~~"


"어떻게 좀 안 될까요?"

"싫은데."


"꼭 좀 부탁드립니다."

"지금 돌아가는 거 보면 알잖아, 이걸 어떻게 책임져?"


"꼭 부탁드립니다. 뒷 일은 제가 어떻게든 알아서 해 볼게요."

"뒷 일이 뭔데?"


"어디 원하는 데 있으시면 말씀해 보세요."

"만들 능력은 되고?"


"일단 말씀해 보세요."

"음~~ 그럼 나 제주도 보내줘."


"제주도요?"

"그려, 제주도."


"제주도는 왜요? 제주도에 아는 사람 있으세요?"

"아니! 없어."


"근데 거긴 왜 가려고요?"

"이유 설명해야 되는 거야?"


"그건 아닌데 제주도는 자리가 잘 안 나서요."

"치~~"


"어쨌든 좋은 곳으로 찾아봐 드릴게요. 좀 도와주세요. "

"난, 그냥 실업 급여받으면서 놀 생각이었는데."


"그러지 마시고."

"......."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는 팀장을 맡을 생각이었다.

코로나 초기 아사(餓死) 직전까지 몰린 나를 회사가 구해준 건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나 몰라라 떠나는 건 내 성정에 맞지 않았다.

그냥 돌아서면 왠지 배신의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팀장, 그거 내가 할 게~~"

"감사합니다. 팀장님!!!"


마지막 달이 되자 회사는 정말 지옥 같이 변했다.

직원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별이 별일이 다 생겼다.

어떤 날은 싸움이 일어나 경찰이 출동하기 까지 했다.

나는 떠나간 사람들의 빈자리를 메우느라 퇴근도 못하고 회사에서

24시간 또는 36시간씩 근무하는 일이 예사로 일어났다.


후배 한 명이 물었다.

"팀장님은 왜 여기서 이러고 계세요? 다른 데 알아보고는 있으세요?"

"아니."


"자리 알아보러 다니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건 그런데.... 지금 여기서 발을 빼는 게 좀 기분이 그래."


"기분이 그럴 게 뭐가 있어요. 어차피 이 바닥 다 그런 거죠. 저도 곧 옮길 거예요."

"잘 됐네, 갈 곳이 있으니."


"그러니까 눈치 보면서 머뭇거리지 말고 빨리 알아보세요.

경력이 있으시니 좋은 데 갈 수도 있잖아요."


"그건 그런데, 어려울 때 도와준 사람 부탁도 있고 해서 난 그냥 끝까지 있을 생각이야."

"참나, 시대에 안 맞는 말씀 하시네."

"........(그러게)"


얼마 후 인수인계는 별다른 잡음 없이 끝났고 나는 무사히 실업자가 됐다.

마지막 달에 회사로부터 몇 군데 제안이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

현실적으로 가기 힘든 곳이었다. 서울에 사는 사람에게 '용인'이나 '평택'으로

출퇴근하라고 하는 건 거의 죽으라는 소리 아닌가?


회사를 그만두고 첫 일주일은 나름 바쁜 시간을 보냈다.

실업급여에 관한 일도 처리하고 미루던 치과 치료도 받았다.

대충 바쁜 일을 마무리하자 몸이 쳐지기 시작했다.

지쳐서인지 계속 잠이 왔는데 평생 없던 편두통이 생겨서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게다가 체중이 5kg 이상 불었다. 몸은 편했지만 컨디션은 엉망이었다.

이렇게 보름이 지날 무렵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팀장님, 좋은 소식입니다."

"뭔, 소식?"


"제주도 직원 한 분이 두 달 후에 그만둔답니다."

"그래?"


"네! 제주지사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으잉?"


"그쪽에는 이미 말해놨으니 두 달 후에 내려가시면 됩니다.

다른 데 가시면 안 돼요. 아셨죠?"


"이런 식으로 같다 꽂으면 문제 생길 텐데?"

"뭐, 별일 있겠어요?"


"헐~~(몰라서 그런 소리하지... 으이그!)


"제가 팀장님 때문에 얼마나 부담스러웠는지 아세요.

이제 저도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미리 축하드려요"


"엥??"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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