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 짜낸 이상 vs
'...해야 해'라고 여기는 것들 중에 정말 해야 하는 게 몇이나 될까.
2시간의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머릿속에 떠오른 게 진수성찬이 아니라 4천 원에 3개 들어있던 매콤한 찐빵이듯이 진정 필요한 것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날씬한 몸매가 아니라 당당한 태도가, 유창한 외국어 실력보다는 여행지에서 주눅 들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모두가 칭찬하는 글이 아닌 어느 한 사람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면 충분하다.
이렇게 변화를 갈망하는 독재자의 목소리는 두가지 직접적인 부작용을 낳는다. 하나는 우리가 그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종종 우리 자신을 무가치하게 느끼고, 양심의 가책을 받으며, 그로 인해 자신을 비난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 요구를 따르기 위해 내가 원하는 삶, 행복한 일상을 사는 것이 아닌 머리로 짜낸 이상을 좆는다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 안드레아스 크누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