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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rriet Jun 01. 2018

[0531] 수묵정원9-번짐 by 장석남

시 필사하기 0일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훤히 밝힌다

또 한 번-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 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필사하면서 든 생각을 구구절절 적은 후에 매거진에 발행했는데, 엉뚱한 매거진에 발행해서 삭제했다. 발행 취소 기능을 써 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어쨌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는 구절이 좋다. 점점 붉게 물드는 새파란 여름 하늘이 상상된다. 이러면 번지는건 가을이 되나?

‘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는 구절에선 산 속 초가집 한 채와, 보라색 하늘이 산에서부터 점점 까맣게 물드는게 머리 속에 그려진다. 초가집 창가에 불빛이 어른어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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