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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애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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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선 Apr 01. 2016

안녕, 내 동생

혼자 간직하기엔 너무나도 예쁜



안녕! 오늘도 네가 만든 반지는 잘 끼고 다녔어.

네가 레이스 끈으로 커스텀 한 단화도 잘 신고 다녀. 네가 사놓은 뿔테 안경도 잘 쓰고 있어.




편의점에서 레몬 페퍼 맛 감자칩 보고 너랑 같이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어.

인터스텔라 같은 맛이라고 들었다면서 네가 궁금해하던 게 어제 같아.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그 과자는 못 먹겠어.

집에 와도 네가 없고, 너의 방에도 네가 없어.

사실 네가 없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나.





저번에 지하철 타고 학교 가는데,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기타를 메고 탔어. 복도 한가운데에 서서 사람들한테 이야길 하더라. 친구 어머니가 병이 위독하시대. 병원비가 필요하니까 자기가 이렇게 기타 치고 공연해서 돈을 모아 갔는데 친구가 화를 냈대. 사람들한테 동정받고 싶지 않다고.

그 이후로도 이렇게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건 똑같지만 이제는 돈을 받지 않는대. 대신에 사람들한테 기도해달라고 부탁을 하는 거야. 친구 어머니가 건강해질 수 있도록 한 번만 생각해달라고.
그 따뜻한 마음이, 용기 있는 모습이 멋있더라.



조심스럽지만 나도 용기 내서 얘기하려고.

나한테 이렇게 예쁜 동생이 있었는데 많이 아팠다고

하늘에선 건강할 수 있게 기도해달라고 말이야.

혼자 간직하기에 너는 너무나도 예쁜 아이니까.



1995.10.19.~201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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