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시 Jul 07. 2021

연 10억을 줘도 하기 싫은 것

연봉 10억은 생각보다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다.



10억이라는 금액은 웬만큼 하기 싫은 일도 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에 충분한 금액이다. 게다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연 10억이라 함은, 세전 연봉 10억 기준으로 계산할 때, 아무것도 안 하고 탱자탱자 놀아도 4대 보험 포함 세후 금액으로 매월 5000만 원 가까이 내 통장에 따박따박 꽂힌다는 말이렸다(생각보다는 적은 금액이라 약간 실망하긴 했다. 세금의 무서움).


예술가들 사이에서 <창작의 모티브는 입금>이라는 표현이 있다. 일단 돈이 있어야 뭘 만들든 그리든 한다는 얘기다. 현실은 냉정해서, 아무리 큰 예술적 재능이 있어도 돈이 되지 않는다면 굶어 죽기 딱 좋다. 그렇게나 중요한 돈인데도, 연봉 10억을 주어도 하기 싫은 일이란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일까.


나는, 연 10억을 준다고 해도 ‘재혼’을 하지 않을 것이다. 결혼도 이혼도 아닌, 재혼 말이다. 결혼이야 이미 멋도 모를 때 해버린 몸이니 이제와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는 거고(시간을 되돌려 다시 살기도 귀찮다). 어쩌다 애를 셋이나 낳아버린 마당에 이혼은 언감생심. 재혼은 상상 속의 유니콘 같은 존재이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 눈앞에 유혹의 손길로 다가온다면 그깟 10억(?) 개나 주라며 뻥 차 버리고 말겠다.


만약 내가 아이 셋 친권 양육권을 모두 소유해서 아이들 먹여 살려야 하는데 당장 먹고살 돈이 없어 허덕인다면 애들을 키우기 위해 연봉 10억을 줄 수 있는 남자에게 취집이라 생각하고 눈 딱 감고 재혼할 수도 있겠다는 비굴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재혼하려면 서류상 이혼을 먼저 해야 하니 일단 이혼부터 상상해보면, 현 남편 성격상 아이들을 포기하지도 않을 거고 직장도 재산도 뭣도 없이 개털인 내가 양육권을 가져올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고로 이혼을 한다면 나는 딸린 애들이 사라져 자유롭고도 고독하고 쓸쓸한 개털이 되는 것이다.


 상황에서 연봉 10, 기껏해야(?)  5000  되는 금액을 받으며  언놈이랑 같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 모골이 송연해진다. 남자라면 지긋지긋하다. 겨우   받자고 재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연봉 10 말고, 세후  10  정도라면  모르겠다.  정도 금액이면 재혼남과 거기에 딸려오는 새로운 시월드가 어느 정도 또라이라도 버티고   있는 금액이 아닐런지. 사람이 이렇게 간사합니다. 아무튼  글을 쓰면서 연봉 10억이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혼도 재혼도, 상상만으로도 너무 귀찮은 일이니 지금 옆에 있는 남자가 앞으로도 큰 문제나 하자가 없는 이상 대충 적당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작가의 이전글 내가 백만장자가 된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