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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 Jul 15. 2022

추억은
BGM을 타고.

EATFLIX 2022 _ ch.03 [ MUSIC ]

카카오톡으로 사진 하나가 왔다. 십수 년 전 빡빡머리의 나와 그가 있고, '누구에게나 부끄러운 시절은 있지'라는 멘트가 달린 싸이월드 캡처 화면이었다. 그때의 부끄러움이 왜 지금까지 이어져야 하는가. 그 시절은 대체 끝나지 않는 건가. 사진도 멘트도 아니 그냥 싸이월드를 했다는 그 행위조차도 창피했다. 왜 그렇게 살았던 걸까. 아니 원래 산다는 거 자체가 이런 건가, 아님 조금 더 나이가 들어야 티브이 속 사람들처럼 아! 그때 참 아름다웠지라고 말하려나.


십 년을 훌쩍 넘긴 지난 기록들이 거기 있다. 머릿속의 지난 시절은 대체로 추억인데, 그 시절의 기록은 종종 소름을 돋게 하고, 도망치고 싶게 만든다. 그때 멋지던 것들이, 그때 심각했던 것들이 그리고 그때 인생의 전부였던 것들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고 쉬프트 딜리트하고 싶은 존재가 되었다. 언젠가 술에 취해 계정을 삭제해버려서 싸이월드가 열린다 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누군가 스크랩해간 사진들은 아직도 거기에 남아 나의 창피함이 되어버렸다.



고통을 잊기 위해 더 고통스러운 것을 마주하는 것처럼, 오그라드는 창피함을 잊기 위해 더 창피한 무언가를 꺼내본다. 십수 년 전 봄에 봤던 시트콤 <소울메이트>다. 서로 다른 삶을 살던 남녀가 자꾸만 꿈에서 만나고, 우연처럼 스치고, 보자마자 마음에 끌리고, 그리하여 잘 만나고 있던 서로의 연인을 버리고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다는 이야기. 대충 환승이나 바람인데 '소울메이트'라는 그 시절 근사한 단어로 포장한 이야기다. 스물몇 살이던 그때는 그 세상을 믿었다. 어딘가의 운명의 여자가 반드시 있으며, 노력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통하는 그런 소울메이트가 존재한다고. 비슷한 취향을 갖고 있거나, 우연찮게 대한극장 앞에서 몇 번 마주치면 괜히 설렜고 라쎄린드 음악을 비지엠으로 깔고 아무도 모르게 동욱이자, 필립이자 료헤이로 살았다.


그리고 최근 이 드라마를 다시 보면서 나는 두 손을 다 잃었다. 세상에서 가장 부끄러운 직업이라 생각하는 픽업아티스트들이 여기 있고, 피식 대학 혁이의 잘생긴 버전이 50분 동안 연기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좋은 것은 단 하나, 각 편마다 소개되는 그때는 낯설고 좋았던 음악들이다. 지금도 두 눈을 감고, 음악만 들으면 그때를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다. 2000년대를 어른으로 살아온, 그리고 그때 제법 사랑을 했거나 하고 싶었던 사람들이라면 다시 켜보자. 그들이 나눠먹던 곱창 대창 혹은 유진의 눈물이 담긴 고등어구이를 먹으며 이 음악들을 플레이하자.


♬ This is not a Love Song - Nouvelle Vague

♬ Stop in the Name of Love - Bang Gang

♬ C'mon Through - Lasse Lindh

♬ Since You`ve Gone - Laurel Music

♬ Fly Me to the Moon - Olivia

♬ Milod - Brynhildur

♬ The Servant - Coco Suma

♬ In a Manner of Speaking - Nouvelle Vague

♬ The Stuff - Lasse Lindh

♬ Play Our Love`s Theme - Toki Asako

♬ Goodbye to Romance - Lisa Loeb

♬ Everyday I Fall in Love Again - Linus Of Hollywood


추억에 푹 빠지며 오늘도 EATFLIX!



또 다른 누군가의

더 재미있는 'EA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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