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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희 Nov 01. 2023

겨울잠을 꿈꾸는 시간

2023년 11월 1일

11월이다.

아이들의 겨울 방학이 다가온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와 함께 보내는 방학. 벌써 3번의 방학이 스쳐 지났고 밥에서 시작해 청소로 끝나는 그 날들이 마냥 좋지만은 않아서 방학의 끝 무렵에는 나도 모를 쾌재를 부르기 일쑤였다.

올해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특히나 힘든 한 해였다. 대형견을 가족으로 들이며 일상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엄마의 복직으로 아이들에게는 작든 크든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하는 일이 많았을 터다.


 쉼을 계획한다.


 꿈꿨지만 못했던 일, 거창하진 않으나 시간과 욕심을 내려놓아야만 가능한 일, 아이들의 무료함이 지레 걱정되어 시도해보지 못했던 일이었던 시골 2주 살이를 도전하려 한다.

 경남 고성,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다정한 이웃들과 책으로 가득 찬 큰 창고가 있는 시골집. 대형견이 뛰어 놀 수 있는 큰 마당이 있고, 겨울 채소들을 키워낼 수 있는 작은 텃밭이 있는 우리 시골집. 시부모님의 귀농을 위해 도시에 있는 집을 처분하고 구입하였지만 하시던 일을 그만두지 못해 비어 있는 시골집으로 떠나려 한다.


 종이를 꺼냈다. 하고 싶은 일들을 연필로 사각사각 써 내려간다. 보고 싶었던 드라마 목록과 시간이 나면.. 이라는 카테고리 아래 잠들어 있던 많은 일들이 수면 위로 떠올라 마음을 간질인다. must be가 아닌 wanna be 책들의 제목까지 떠올리니 마음은 이미 겨울로 달려간다.


 쉼에도 계획이 필요한 사람이라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느슨하게나마 계획을 하고 맞이하는 시간들의 농도가 훨씬 더 짙다는 것을 알기에 기꺼이 상상의 나래를 펼쳐 오지 않은 시간을 담는다.


To do list

- 마당이 훤히 보이는 큰 거실창 앞에서 햇살을 받으며 요가하기

- 매일 매일 모닥불 불멍

- 읽고 싶었던 책 읽기

- 프랑스 자수 한 작품 완성하기

- 아이들과 간단한 목공 작업

- 눈 오는 날 데크 방갈로에서 난롯불에 끓인 차 마시기

- 보고 싶었던 드라마와 영화 밤새 보기

- 두근두근 봄 꽃 구근 심기

- 마당에 이젤 두고 그림 그리기

- 친구들과의 새해 맞이 포트럭 파티

- 그리고 충분한 잠..잠..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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