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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희 Apr 24. 2024

프롤로그 - 고등학교, 서툴러도 괜찮아.

시작하는 마음

3월의 첫 번째 월요일. 8시 40분이 되면 어김없이 12시를 코앞에 둔 신데렐라처럼 가슴은 쿵쾅거리고 입에 침이 바짝 마른다.

긴장감과 기대감, 일말의 두려움을 장착하고 10, 9, 8, 7, 6, 5, 4, 3, 2, 1 마음속으로 헤아려보는 카운트다운.

카운트다운 끝에 울리는 익숙한 종소리.

손잡이를 꼭 쥐고, 지을 수 있는 가장 근엄한 표정으로 교실 안으로 들어선다.

모두가 떨리는 첫 만남.

아이들과의 기싸움에서 지지 말아야지.

‘우리 선생님은 어떤 사람일까? 어느 정도의 인내심을 가지고 우리를 지도할까?’

‘올해는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까? 어느 정도의 틈을 내어주고 어느 정도 틀을 지어줘야 할까?’

어느 곳보다 치열한 눈치 작전과 표정 관리, 포장된 카리스마와 눈치 없는 설렘이 버무려진 3월 첫날의 교실은 소리 없는 전쟁터다.

올해는 내게 특별히 더 중요한 3월의 월요일이다.

10년 만에 고등학생을 가르치게 되었다.

10년간 중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며 고등학교 아이들이 그리워 짝사랑을 놓지 못하고 있었으면서도 그들과 마주하는 지금은 두려움과 설렘으로 터질 듯한 심정이다.



고등학교에 오기 전부터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바뀐 입시제도와 중학생에게 익숙해진 수업 스타일 때문에 여전히 걱정이다.  

발령이 난 순간부터 학교에 오기 전 한 달 동안 임용 시절 공부했던 자료와 만들어 둔 자료를 찾아 공부하고 입시제도를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고등학교에서 경력을 쌓아 온 영험한 선생님들께 비할 바가 아니다.

마치 어벤저스처럼 제각각의 학교에서 고등학교 전 과정을 담당하며 입시에 최적화된 여러 도구들을 장착하고 저마다의 노하우를 가진 선생님들과 같은 교무실에서 마주치니 쪼그라들기만 한다.


그래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 한다.

내가 가진 것들을 그러 모아 마음을 쏟고 또 열심히 배워가는 것.

중2병으로 반항심 가득한 아이들 곁에서 머무는 동안 잠시 잊어 왔던 입시와의 줄타기에서 몸과 마음이 무너져가는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

감히 아이들을 성적으로 제단 하지 않고 그 각각의 예쁨을 발견하는 것.

하지만 입시나 성적과 거리를 벌릴 수 없는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며 조력하는 것.



그 과정을 남기기 위해 연재를 시작했다.

서툴고 부족한 시작이지만 함께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교사, 학부모,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우리는 서툰 처음을  함께 걸어가며 스치는 어깨에서 위로받는다.

포기할 수 없는 입시를 연구하며 그 너머에 있는 아이들의 웃음과 일상을 발견하는 한 교사의 성장 일지를 너그럽게 지켜봐 주시기를.

함께 어깨를 스치며 걸어가 주시기를.


하나씩 정리하며 풀어가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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