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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그리미 Apr 04. 2024

누구세요

에세이



 

요양원 창문 쪽으로 따라가는 시선,

 할머니는 95세쯤 조금씩 치매증상이 보였다.

100살이 넘어섰을 때 할머니는 온 가족이 모인 명절날 아이가 되었다.

안방과 거실 통로 벽에 30kg의

작은 몸을 기댄 채 쭈그리고 앉아

누구세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누구세요? 누구신데 우리 집에 있어요?"

할머니 기억은 촉나간 전등불처럼 깜박깜박

생명을 다해가고 있었다.


거실을 지날 때마다 모든 식구에게

 "누구세요? 누구신데 우리 집에 있어요?"

묻고 또 묻고 갸우뚱거리며 멋쩍게 웃으셨다.


매일신문을 읽으시고 참빗으로 곱게 머리를

빗으시던 단단하고 권위적이셨던 할머니,

할머니의 머릿속은 가장자리를 갉아 먹힌

고목나무의 기우뚱함이었다.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의 모습이 현명하게

각인되어 있는 내가 요즘 누구세요?를

반복하고 있다.

생경하고 낯선 사람 하나가 내 머리를 헤집고

뒤흔들며 예측 못할 싸움을 걸어온다.

누구세요? 사춘기를 모아 모아

한꺼번에 터뜨리고 박살 내는 괴물..


나는 갱년기인데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누구세요? 는 성인이 된 사춘기 여자다.

사랑스럽고 천사 같은 딸은 증발하고 매칭되지 않는 성인 여자 하나가  자꾸 내가 틀렸다고 발을 걸어 넘어뜨린다.

"누구세요? 대체 누구신데 우리 집에 있어요?"


 100살의 할머니 언어가 너무 이해된다.







사진 by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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