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달 Oct 25. 2022

그리움의 유효기간

기프티콘은 어째서 90일마다 알림이 올까

작년 10월 초에 개그우먼 신봉선의 SNS에는 다음과 같은 사진과 함께 짧은 글이 올라왔다. 

출처 : 신봉선 인스타그램
선물연장 알림.  그렇게 라도 있어줘

 고인이 된 박지선 씨가 생전에 신봉선 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기프티콘을 차마 사용하지 못하고 가지고 있다가 유효기간을 다시 연장한 것 같다. 카카오톡의 기프티콘의 유효기간은 90일, 그리고 유효기간 만료 전 알림이 온다. 그렇게 연장은 최대 5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신봉선 씨는 90일마다 박지선 씨가 보낸 기프티콘의 연장 알림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또 언젠가 맞이하게 될 5년. 연장 신청이 되지 않는 순간에는 어떤 선택을 할지 조금은 궁금하다. 




 나 또한 사용하지 않고 쌓아둔 기프티콘들이 몇 개 있다. 선물로 받은 간식, 배달음식들이 대부분이라 굳이 기프티콘을 쓰지 않아도 평소에 잘 챙겨 먹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로 받은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서 잘 쓰지 않는다. 비록 나의 상대는 신봉선 씨와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없어지는 게 싫다. 아무 이유 없이 꼭 쥐고 가지고 싶다.

 연락은 하지 않지만, 가끔 오는 선물 연장 알림에 괜스레 궁금해지기도 하고 어떤 선물을 받았나 들춰보다가 이 때는 이런 일도 있었구나 하며 추억하기도 한다. 사진처럼. '사용완료'라고 찍힌 다른 기프티콘을 보고 있으면 끝난 것 같다. 상대와의 관계가 끝난 것도 아니고 그냥 받은 선물을 잘 사용했을 뿐인데, 왠지 모를 섭섭함이 느껴진다. -ing가 아닌 -ed. 저 당시의 추억은 저걸로 끝.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완료'라는 말이 싫어지는 순간이다. 

 물론 '원치 않는' 사람에게 받은 기프티콘은 심지어 사용도 안 하고 모아두었다가 환불한 적도 많다. 보내준 기프티콘을 사용하는 것조차 뭔가 신세를 지는 것 같아서... 어차피 확인도 안되는 거. 조용히 환불한다. 90%만 받을 수 있지만 그래도 이게 더 마음이 편하더라.



 신봉선 씨가 故박지선 씨의 기프티콘을 연장하는 이유도 나랑 조금은 비슷하지 않을까. 사용과 동시에 연(緣)이 조금은 희미해질까 봐 차마 쓰지 못하겠지. 기프티콘을 써버린다면 더 이상 '박지선'씨와 관련된 새로운 연락은 없을 것이고, 이 작은 기억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애틋한 마음. 상대를 늘 마음에 품고 있으면서도 한 번씩 자의가 아닌 타의로 떠올리게 되는 감정은 또 새롭다. 이것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더 이상 기프티콘이 연장되지 않는 날이 언젠가 찾아올 것이다. 그전에 쓸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다. 매번 연장 알림이 올 때마다 다짐을 하지만 결정은 늘 내리지 못했다. 그때 신봉선 씨, 그리고 나는 어떠한 선택을 할까. 날씨 좋은 날에 빨래도 하고 나가서 커피를 마시며 추억과 약속을 다시금 떠올릴까. 아니면 끝내 쓰지 못한 채 가슴 한편에 다시 조용히 묻어두고 살아갈까.

매거진의 이전글 나름의 선물을 하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