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사랑으로 가득 찬 그곳.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동안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나의 밑바닥까지 마주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아이들이 차려준 밥을 안 먹고 오히려 돌아다니며 장난만 친다거나 바쁜 와중에 서로 붙어서 울고불고 싸우고 있고, 아무리 달래 보아도 달래지지 않고 무작정 떼를 부리고 울기만 한다거나..
참고 참다가 나도 모르게 욱 하고 화를 내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나면 ’ 조금만 더 참을 걸..’ 곧바로 아이에게 미안함과 함께 내 행동에 대한 후회가 몰려오고, 내가 이렇게도 인내심이 없고 형편없는 사람이었나 회의감이 든다.
그럴 때마다 아무래도 내 그릇이 세 아이를 품기에는 너무나도 작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은 간장종지만 했다가 어느 날은 밥 한 공기 정도 담을 그릇이었다가 어느 날은 냉면 대접만큼 넓어지기도 했다.
내가 내 그릇을 자꾸만 작게 더 작게 만드는 동안에도 나의 그릇 속에서 살고 있는 세 아이들은 비좁은 그 틈 안에서도 이리저리 기지개를 켜며 부지런히 자라났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머리도 제대로 빗지 못한 채로 대충 틀어 올리고, 여기저기 아기의 침 자국이 묻은 옷을 입고 종일 있어도 아이들은 곁에 찰싹 달라붙으며 ‘엄마는 예뻐. 나도 엄마처럼 예뻐지고 싶어.’라는 말을 건넸다.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서는 색종이를 접어 가지고 나와 내 앞에 내밀길래 받아 펼쳐보면 꾹꾹 눌러 적은 삐뚤빼뚤한 손글씨가 담겨 있다.
‘엄마 사랑해요’
작은 네모 종이에 아이가 혼자서 쓸 줄 아는 모든 글자를 동원해서 적은, 아이의 마음이 들어있다.
그리고는 아까 혼이 난 것도 금세 잊어버리고 생긋생긋 웃으며 금방 품에 쏙 들어와 안긴다.
잠자리에 누워서는 내 옆에 누워 ‘나는 엄마가 좋아.’ 하며 조그만 손으로 내 얼굴을 연신 쓰다듬는다.
아이들은 작은 손길로 금이 가고 이가 빠진 나의 그릇을 다시 붙이고 메우며 온기를 불어넣는다.
반질반질 윤기가 나도록 닦아내고 그 속에 들어앉아 살을 비비며 놀고 있다. 덕분에 이내 생기를 잃었던 내 그릇에는 곧 다시 생기가 돈다.
어쩌면 내가 아이들을 키운다고 표현하지만 아이들이 나를 키우고 있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태어나서 엄마가 처음이지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마음에 보답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나에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아낌없이 주는 사랑은 내 작은 그릇을 흘러넘치게 하면서도 늘 고민에 빠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