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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원 Feb 04. 2022

엄마의 마음 그릇

작지만 사랑으로 가득 찬 그곳.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동안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나의 밑바닥까지 마주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아이들이 차려준 밥을  먹고 오히려 돌아다니며 장난만 친다거나 바쁜 와중에 서로 붙어서 울고불고 싸우고 있고, 아무리 달래 보아도 달래지지 않고 무작정 떼를 부리고 울기만 한다거나..


참고 참다가 나도 모르게 욱 하고 화를 내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나면 ’ 조금만 더 참을 걸..’ 곧바로 아이에게 미안함과 함께 내 행동에 대한 후회가 몰려오고, 내가 이렇게도 인내심이 없고 형편없는 사람이었나 회의감이 든다.


그럴 때마다 아무래도 내 그릇이 세 아이를 품기에는 너무나도 작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은 간장종지만 했다가 어느 날은 밥 한 공기 정도 담을 그릇이었다가 어느 날은 냉면 대접만큼 넓어지기도 했다.


내가 내 그릇을 자꾸만 작게 더 작게 만드는 동안에도 나의 그릇 속에서 살고 있는 세 아이들은 비좁은 그 틈 안에서도 이리저리 기지개를 켜며 부지런히 자라났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머리도 제대로 빗지 못한 채로 대충 틀어 올리고, 여기저기 아기의 침 자국이 묻은 옷을 입고 종일 있어도 아이들은 곁에 찰싹 달라붙으며 ‘엄마는 예뻐. 나도 엄마처럼 예뻐지고 싶어.’라는 말을 건넸다.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서는 색종이를 접어 가지고 나와 내 앞에 내밀길래 받아 펼쳐보면 꾹꾹 눌러 적은 삐뚤빼뚤한 손글씨가 담겨 있다.

‘엄마 사랑해요’

작은 네모 종이에 아이가 혼자서 쓸 줄 아는 모든 글자를 동원해서 적은, 아이의 마음이 들어있다.

 

그리고는 아까 혼이 난 것도 금세 잊어버리고 생긋생긋 웃으며 금방 품에 쏙 들어와 안긴다.


잠자리에 누워서는 내 옆에 누워 ‘나는 엄마가 좋아.’ 하며 조그만 손으로 내 얼굴을 연신 쓰다듬는다.


아이들은 작은 손길로 금이 가고 이가 빠진 나의 그릇을 다시 붙이고 메우며 온기를 불어넣는다.

반질반질 윤기가 나도록 닦아내고 그 속에 들어앉아 살을 비비며 놀고 있다. 덕분에 이내 생기를 잃었던 내 그릇에는 곧 다시 생기가 돈다.


어쩌면 내가 아이들을 키운다고 표현하지만 아이들이 나를 키우고 있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태어나서 엄마가 처음이지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마음에 보답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나에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아낌없이 주는 사랑은 내 작은 그릇을 흘러넘치게 하면서도 늘 고민에 빠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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