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딸*

by 김효운

짝사랑하다 불타 죽은 지귀의 혼이 쓰인 게 분명하다


언제까지 논바닥에 서서 하염없을 텐가


먼 길 달려 당도한 연인의 창문을 바라보며 기진한 벼 이삭


가슴 밑바닥에서 길어 올린 노랫소리에도 열리지 않고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당신

불러도, 불러도 꿈쩍 않고


탱자나무 울타리인들 뛰어넘지 못할까

당신이라는 빙벽에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고,


빌어먹을, 이놈의 짝사랑 헌신짝만도 못한

돌부리를 걷어차며 비틀,

아직도 수밀도처럼 벗겨지는 마음

달빛에 더욱 농염하다



* 결혼한 딸이 죽었을 경우 사위와 재혼시키기 위해 들이는 수양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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