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 돛, 닻

by 김효운

마도로스가 되고 싶으셨던 아버지

밤바다에 귀를 대고 파고를 점치곤 했지만

이슬 수북한 논두렁에 주저앉았다


바다가 쉰 목소리로 불러대도

뒤엉킨 벼포기는 헤칠 수 없는 덫이었다


돛 한번 올리지 못하고

다랑이에 닻을 내리고

자식들 눈 속에 바다를 가두었다


꺼칠한 손으로 벼포기 거둬들이던 날

팥알처럼 튀어 나갔던 자식들은

깃발 없는 빈 배로 돌아오고


짚가리 아래 아버지는 볏단보다 길게 누웠다

닻 내리고 싶은 곳을 이제야 찾으신 듯

햇볕 쪽으로 머리를 두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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