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종유석은 나무늘보의 전생이다

by 김효운

내가 한 발 내려서면

당신이 한 발 올라서고


오줌 한 번 누는 데 한 시간 걸리는 나무늘보처럼

십 년에 손가락 한 마디 다가서는

한 눈도 곁눈질도 모른 채

마주치는 순간까지


파르르 떨리는, 아슬하게 닿은 손끝

기를 쓰는 성류굴의 역사만큼 까치발로 서서


마침내 맞잡은 손과 손

물길처럼 불어나고


마음으로 빚은 돌기둥을 낳았다

쩌렁쩌렁 동굴을 울리는 뜨거운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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