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당

by 김효운

오동나무 살찐 그림자를 못마땅해하는 아버지

마늘밭 핑계로 그예 베어 넘기더니


꽃도 볼품없고 열매도 없는 댑싸리를 심었다

두고두고 가을 단풍 기다리자는 어머니 외면하고

서둘러 말리고 묶어

마당비 방비 나란히 줄 세웠다


별 무리 까마득한 여름밤

멀리 들리는 몽돌밭 파도 소리에 잠을 깨면

이마에 내려앉은 어둠을 덜어내듯

마당을 쓸어 내는 빗자루 소리


댑싸리 빗자루가 그어둔 빗금보다 더 많은 저녁이

아버지를 지나갔다

이전 05화어떤 종유석은 나무늘보의 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