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 살찐 그림자를 못마땅해하는 아버지
마늘밭 핑계로 그예 베어 넘기더니
꽃도 볼품없고 열매도 없는 댑싸리를 심었다
두고두고 가을 단풍 기다리자는 어머니 외면하고
서둘러 말리고 묶어
마당비 방비 나란히 줄 세웠다
별 무리 까마득한 여름밤
멀리 들리는 몽돌밭 파도 소리에 잠을 깨면
이마에 내려앉은 어둠을 덜어내듯
마당을 쓸어 내는 빗자루 소리
댑싸리 빗자루가 그어둔 빗금보다 더 많은 저녁이
아버지를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