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 승용차에 대해 휠베이스 기준으로 ‘대형’과 ‘중형’을 나누고, 에너지소비효율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로써 현재 상대적으로 낮은 효율을 보이는 일부 전기차 모델은 보조금이 삭감되거나, 더 나아가 친환경차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개정안의 핵심은 휠베이스가 3050㎜를 넘는 전기차를 대형으로 분류하고, 그 이하면 중형으로 묶는 것이다. 특히 중형 전기차에 대해선 에너지소비효율 기준이 현행 3.7㎞/kWh에서 4.2㎞/kWh로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이를 적용하면 기존에 3.7~4.1㎞/kWh 범주에 머물던 전기차들은 보조금 수혜 폭이 줄어들거나,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 조정안이 대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례로는 테슬라 모델X를 들 수 있다. 모델X는 에너지효율이 3.8㎞/kWh인데다 휠베이스가 2965㎜에 불과해, 새 기준이 도입되면 ‘중형 전기차’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상향된 중형 에너지효율 기준(4.2㎞/kWh)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친환경 인증 취소를 비롯해 각종 지원에서 제외될 여지가 있다.
국내 모델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 아이오닉5 N, 기아 EV6 등의 휠베이스가 모두 3050㎜에 미치지 못해, 이들 또한 새로워진 중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혜택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기아 EV9(축거 3100㎜)이나 아이오닉9(축거 3130㎜)처럼 대형 분류를 받을 수 있는 모델은 오히려 혜택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정부가 제도 변경에 앞서 충분한 경과 기간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매년 달라지는 보조금 기준에 맞춰 설계를 수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완성차 기업들은 전 세계 시장을 동시에 겨냥하고 차를 개발하는 만큼, 특정 국가의 기준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기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이미 친환경차로 인정받아 보조금을 받고 있는 차량이 새 기준 도입 후 탈락할 경우, 일정 기간 기존 혜택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는 갑작스러운 규정 변경으로 혼란을 겪을 소비자들과 제조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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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이번 보조금 정책 개편이 전기차 시장 판도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그리고 완성차 제조사들이 어떤 대응 전략을 내놓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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