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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perlocal Aug 16. 2022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사는 혼란스러운 나라, 파키스탄

나라 이야기 - 파키스탄

2022년 5월, 남편 졸업을 앞두고 시카고에서 일을 다시 시작하기 전까지 우리는 남편의 나라인 파키스탄을 방문하기로 했다. 우리는 카타르 항공을 타고 도하에서 경유하여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했다. 2019년부터 한국인은 온라인으로 도착비자를 신청하고 공항에서 비자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https://visa.nadra.gov.pk/visa-on-arrival-tourist/). 도착비자 줄은 거의 텅텅 비어있어 외국인 입국심사대보다 훨씬 빨리 입국할 수 있었다.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
라왈핀디 세인트폴 성당
공항에서 이슬라마바드로 향하는 도로


7-8월과는 달리 5월의 이슬라마바드 아침과 저녁 날씨는 섭씨 25도 정도로 기분 좋게 따뜻하면서도 비 온 뒤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 코로나 이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도로를 운전하여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TV 뉴스에서는 연일 혼란스러운 정치상황에 대해 보도하고 있었다. 임란 칸 전 총리가 의회에서 불신임 투표로 퇴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주에 임란 칸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대규모 집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현재 총리인 샤바즈 샤리프는 이미 임란 칸 추종자들을 계속 체포하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는 전 장관이나 현 정부를 비판하는 기자도 포함되어 있다.


2022.5.24 집회가 시작되기 전 경찰이 이미 이슬라마바드를 봉쇄하고 있다.


이런 파키스탄의 현상황을 보고 있으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2020년 1인당 GDP 1200달러가 채 되지 않았는데, 아마 코로나 이후 낮아진 루피 가치로 1인당 GDP는 더 낮아졌을 것이다. 1인당 평균 한 달 100달러를 버는 가난한 나라지만, 소수의 파키스탄인은 아주 부유하다. 이 부유한 사람들은 영어를 모국어만큼 구사하고 미국이나 영국에서 고등교육을 받는다. 모계사회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집안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큰 편이다.


국제관계를 볼 때, 파키스탄과 한국은 지정학 상황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근현대 역사에서 일본에 의한 식민역사를 가지게 되었고, 미국 및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다. 파키스탄도 영국에 의해 오랫동안 통치를 받아왔고, 현대역사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의 영향을 받고 있다. 더군다나 중국의 부상으로 중국의 입김이 두 나라에서 거세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가 서쪽 국경에 자리하고 있어 911 테러를 감행한 탈레반 세력이 파키스탄까지 영향을 펼치게 되어 안보적으로 위험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이슬람교의 나라이기 때문에 종교적 목소리도 큰데 아이러니하게도 군부세력에 의해 나라가 휘둘린다.   


열악한 지정학적 위치에서도 한국은 선진국이 되었다. 일제강점기 이후 대한민국이 설립되고 박정희와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의 독재 하에 국가경제 성장을 위해 개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말살시켰다. 경제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국민들은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싸웠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선진적 민주주의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파키스탄은 현재 군부가 독재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적 경제성장 이룩은 실패했다. 그 대신 권력의 부패가 너무도 팽배하게 되었다. 경제의 파이가 커지지 못하니 힘을 가진 소수의 파키스탄인은 작은 파이를 먹으려고 부패가 더 심해진다. 부패는 위에서 아래까지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다. 소수의 가족이 정치, 경제를 모두 독점하고 말았다. 이러니 IMF에 구재 요청을 했지만, IMF 마저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태이며, 지금 파산 직전이다.



나는 유럽과 미국에서 너무나 똑똑한 파키스탄인을 많이 만나보았다. 한국인이 편견으로 가지고 있는 그런 파키스탄 노동자 말고 사회에서 잘 나가는 똑똑하고 윤리적인 사람들도 많다. 특히 미국에 있자면 미국의 금융, IT, 스타트업 시장에서 인도, 파키스탄인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을거라 생각될 정도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 29세 나이로 미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된 리나 칸도 파키스탄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이다. 현재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등 빅테크 기업 및 CEO들을 반독점법을 내세워 박살내고 있는 장본인이다.  


이렇게 파키스탄계 엘리트들 중 파키스탄으로 돌아가는 사람은 극도로 적은 것 같다. 아마 개인이 바꾸기에는 이미 사회가 너무 부패해져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남편에게 파키스탄으로 돌아가 사회를 바꾸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생각을 없는지 물어보곤 하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게다가 파키스탄 정치인들은 나라를 살려보겠다고 외국에서 돌아온 이방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의 힘이 세질수록 밥그릇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지지하는 국민이 많음에도 임란 칸이 총리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늘 아침 남편은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 오랜만에 귀국하여 오른쪽 운전석이 있는 자동차 운전도 어색하고 하니 우버를 불렀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오지 않자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없는 번호였다. 그런데 어떤 번호로 전화가 오더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했다. 우버에 등록된 전화번호도 아니고 기사 이름도 달랐다. 거의 1시간이 지나서야 기사가 도착했는데 원래 신청했던 우버 XXL이 아니고 소형차였다. XXL를 신청했는데 왜 자동차 번호판도 다르고 차모델도 다르냐고 물으니 내 남편이 신청한 차와 같은 차라고 우겼다. 이렇게 한 시간을 그냥 날리고 남편은 그냥 자가용을 끌고 약속 장소에 갔다. 이렇게 작은 일에도 투명하지 못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나라에 사는 파키스탄인들이지만 그들은 너무나 가정적이고 사랑스럽다. 부정적이지 않고 긍정적이다. 싫어하고 나쁜 일이 닥쳐도 농담으로 헤쳐나간다. 음주 없이 24시간 춤추고 수다 떨며 놀 수 있는 사람들이 한국에는 몇이나 될까. 눈이 마주칠 때마다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설명해주고 대화를 많이 하며 가족처럼 챙겨준다. 간간히 윙크도 해주고 편하게 해 준다. my sweetheart라고 부르며 따뜻하게 미소 지어 준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정작 자신들의 나라에서는 꿈을 펼치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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