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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perlocal Nov 10. 2022

1720년 버블 역사로 보는 오늘의 우리

도시 이야기 - 뉴욕 1

2022년 11월 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FOMC 회의에서 미국 정책금리를 0.75%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이번으로써 3번째 단행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연설에서 물가가 2%까지 낮아질 때까지 금리를 높이고 높은 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제는 생물이라 앞길은 알 수가 없어 고통의 기간이 짧을지 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모두 어려운 시기를 지내야 한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무제한 양적 완화를 단행해온 지난 3년, 천정부지로 가격이 뛰는 자산을 하루라도 빨리 매매하기 위해 대출을 받아 어떤 사람들은 아파트에 투자했고, 어떤 사람들은 주식에,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그 후, 대출이 너무 많은 사람들은 이자를 갚을 생각에 한숨이 길어지고, 직장인들은 경제가 경착륙 하면 내가 잘리지는 않을까 고민하는 시대가 너무 빨리 찾아왔다. 그런데 올해에 일어나는 일들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한다.


얼마 전 뉴욕에 며칠 방문할 일이 있었다. 이 기회에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곳도 들리게 되었는데, 그중 한 곳이 맨해튼에 있는 뉴욕 공립도서관이다. 



도서관에서는 1720년에 발생한 '미시시피 버블'과 '남해회사 버블' 경제 위기에 관한 '부와 우매함 (Fortune and Folly)'이란 전시를 하고 있었다. 이 1720년 경제 위기로 인해 '버블 경제'라는 말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작 뉴턴 같은 위대한 과학자는 이때 남해회사 (South Sea Company) 주식이 최고점을 찍을 때 20,000 파운드 (2002년 기준으로 약 3백만 파운드) 어치 주식을 소위 꼭지에서 매수했다가 몽땅 잃었다.


대항해시대인 1600년 대 영국과 프랑스 같은 강대국들은 새로 발견된 아메리카 대륙을 개척하기 위해 앞다투어 무역회사를 설립하였다. 유럽에서는 그 당시 국가 간 전쟁이 많이 발생했는데, 각 국가가 그로 인해 많은 빚을 지고 있었다. 때문에 아메리카 대륙은 국가부채를 갚기 위한 최고의 선물이었다.


1600년 대 말 프랑스는 루이 14세의 지배 하에 있었는데, 모두 알다시피 태양왕 루이 14세가 통치하던 시대 프랑스의 힘은 최고를 자랑했다. 그렇지만 사치스러운 소비와 반복되는 전쟁으로 1년 재정수입의 수십 배에 달하는 정부부채를 안고 있었다. 루이 14세 사망 후 루이 15세 때 스코틀랜드 출신 존 로 (John Law)가 혁신적인 금융 방안을 내놓았다. 고향에서 온갖 살인 및 사기를 저지르고 프랑스로 도망쳤다고 하는데, 프랑스에서는 사람들이 금을 가지고 오면 금을 받았다는 액수가 적힌 종이를 발행할 수 있는 은행을 세우고, 이 종이화폐로 매수할 수 있는 미시시피 회사 (Company of the West, Company of the Indies 모두 같은 회사)를 설립한다. 화폐를 제조하는 중앙은행과 종이화폐의 개념을 최초로 제안하여 실행에 옮긴 것이다.


오른쪽 전시된 서적이 존 로의 화폐와 무역에 관한 제안서이다.


미시시피 회사는 루이지애나를 아름답게 포장 광고해 프랑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역사상 처음 종이화폐의 개념을 만든  로의 혁신적인 아이디어 덕분에 시장에는 큰돈이 유통되기 시작했고, 엄청난 유동성의 공급으로 시장이 투기판이 되어버렸다. 당시  로는 종이화폐를 많이 발행하면 발행할수록 투자의 규모가 커지면서 국가 채무도 줄어들고, 경제발전을 이룩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상, 루이지애나 지역은 습지 투성이라서 1719 당시에는 무역은커녕, 미국으로 강제 이주한 사람들, 매춘하는 사람들, 국가의 피후견인들,  아프리카에서 데려온 노예들만 북적였다고 한다. 그걸 알리가 없는 사람들은  로가 만든 은행에서 화폐를 사들임에 따라  종이화폐의 신용은 나날이 높아져갔다. 사람들은  돈으로 미시시피 회사 주식을 지속적으로 사들였고,  로는  돈으로 프랑스 국채를 사들이는 대가로 미국 신시장 개발과 무역 독점권을 따낸다. 미국에 투자하는 회사가 미시시피 회사  개뿐이었으니 은행은 종이화폐를 계속 발행하면서 유동성을 올렸고  덕분에 미시시피 회사 주식가는 천정부지로 솟구쳤다. '밀리어네어' 말도 이때 생겼다고 하니 코로나 시대 3년간 어떤 자산이로높은 수익을 얻은 사람들이 상상도   소비를 한다는 요즘과 많이 닮아 있다.  


삽화 중심에 돈의 얼굴을 한 사람이 신격화된 존 로이다. 잘못된 믿음을 따르는 사람들을 비판한 삽화이다.  


한편 존 로가 만들어낸 버블은 삽시간에 온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영국에서는 남해회사라는 무역회사가 영국 채권을 대량 매수하는 대신 미국 무역 독점권을 따냈다. 남해회사는 라틴아메리카와 동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데려오는 노예무역을 했는데, 당시 스페인 무역이 미국 상권을 꽉 잡고 있었기 때문에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남해회사는 영국 채권을 더 매수하는 대신 회사 주식을 무제한 증식할 수 있는 권리를 따냈다.


영국에서는  버블  (Bubble Act)라는 법이 만들어지는 , 영국 왕실의 헌장 (Royal Charter) 없이는 어떤 주식회사도 설립할  없다는 법이다.  법은 사실 남해회사의 주식이 이미 버블이 껴서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에  이상의 버블을 인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만든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법으로 인해 남해회사가 무역을 독점하게 되며 주식 가격이  오르는 일도 발생했다. , 이미 유럽에서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시작되었지만, 사람들은 나만 돈을 벌지 못할  같은 fomo 현상에 그리고 남해회사 가치가 지금보다  오를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계속 주식을 사들였다.


그런데, 1720 즈음에 프랑스에서는 아메리카 대륙 무역이 생각보다 지지부진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런 소문을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들었던 몇몇 사람들이 미시시피 회사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 미시시피 회사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닫아버렸고 이에 미시시피 회사의 주식은 휴짓조각이 되어버렸다.  소문은 급속도로 영국까지 퍼져 결국 남해회사의 주식도 쓰레기가 되고 말았다.  



이렇게 버블이 터져버렸지만, 프랑스와 영국은 신세계를 차지하려는 싸움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한번 종이화폐의 용이성을 알아버렸으니, 중앙은행은 이제 금과 은 동전을 가져오면 종이화폐로 바꿔주며 종이화폐의 유통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기 시작했다. 대신 1720년 경제위기를 교훈 삼아, 그 이후에는 회계감사 등 여러 시스템이 생겨났다고 한다.  


 전시는 1720 버블의 역사를 돌아보며 지금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자산의 버블 현상에 많은 경각심을 가지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었다. 2019 12 코로나 발발 이후  3년간 지속된 버블경제와 사람들의 탐욕을 역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듯한 시기적절한 전시였다. 케네스 로고프의 저서인 '이번엔 다르다. (This time is different.)' 물색할 만큼 1720 버블과 2019 코로나 이후 버블과는 닮아 있다는 점에 한참 둘러보며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던  같다. 특히 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에서 이런 전시를 보니 기분이 묘하기도 했다.  전시를 보고 있는  순간에도 뉴욕의 집값은 매일 오르고 었으니 말이다.


동시에 1720년 버블로 인해 현대 금융시스템이 태어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미시시피 회사와 남해회사의 주식은 휴짓조각이 되어버렸지만, 그 제도는 남아 발전을 거듭하다 현재의 금융시스템으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1700년대 사람들이 금을 가져가서 종이로 바꿔온다는 개념을 받아들였으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루나와 FTT 코인의 급락 때문에 가상화폐 시장이 붕괴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발전을 거듭해서 미래에는 가상화폐 시스템이 세계의 금융 시스템으로 거듭날까란 상상도 해볼 수 있으니 말이다.


뉴욕공립도서관에 전시되어 있는 구텐베르그 성서


도서관 벽화와 장식


참고자료:

Fortune and Folly in 1720 뉴욕 공립도서관 전시회 카탈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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