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파업으로 연일 시끄럽다. 젊은 인턴, 레지던트들은 병원을 떠났고, 대학병원은 교수들이 당직을 서며 아주 위태롭게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다. 대기는 길어지고, 입원과 수술은 밀리고 환자/보호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1, 2차 병의원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신기한 세상이다. 똑같은 의료계인데 어디는 죽겠다고 난리고, 어디는 잠잠하다.
그러나 1, 2, 3차 의료기관 어디에 있든, 심지어 진료를 보지 않는 의사더라도 괴롭기는 매한가지이다. '필수 의료', '공공의료', 뭐라고 부르던 간에 어차피 의료의 본질은 똑같다.
정부와 의료계, 어느 쪽이 옳고 그르고를 따지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지금 우리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쟁이 길어지면 어차피 승자도, 패자도 없다. 결국 피해자만 남을 뿐이다.
뉴스를 그만 보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지만, 빌어먹을 지식화가 나의 방어 기제라 그러지 못하고 있다. 돌아가는 상황이라도 열심히 파악하면 혹시라도 희망찬 소식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루에도 수 십번 뉴스창을 새로고침하며 기사를 읽는다. 아직은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든 마인드 오프를 하고 싶어서, 억지로 운동을 가고, 사람을 만나고, 화두를 피한다. 하지만 내가 의사라는 이유로, 사람들은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잘 모르겠다'는 말로 주제를 돌린다.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하는데, 술을 다시 마신다. 맨정신으로 버티기가 힘들다. 피할 수 없는 질병이 아니라 상황이 사람을 죽이는 작금의 현실이 끔찍하게 괴롭다.
우울하고, 참담하고, 무력하다. 상담 시간을 늘렸다. 구역구역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지만, 이대로 우울에 잠식당할까봐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