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절차를 처음 겪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건 사건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서류를 준비하는 일도, 낯선 용어를 이해하는 과정도 아니었어요. 제일 버거웠던 건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중인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 없다는 것.
전화를 걸면 “일단 접수는 됐고요.”, “기다리셔야 합니다.”라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기다린다’는 말이 하루를 의미하는지, 한 달을 말하는지, 아니면 아무도 모른다는 뜻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해서 스스로를 점검했습니다. ‘내가 뭘 잘못한 건 아닐까, 서류가 빠진 건 아닐까, 다시 전화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고요.
사실 돌이켜보면 그 시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조차 아무도 명확하게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답을 찾으려 할수록 더 흔들렸던 이유
불안해질수록 저는 더 많은 ‘답’을 찾으려 했습니다. 관련 글을 검색하고,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고, 혹시 놓친 게 있을까 계속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점점 더 조급해졌습니다. 정보는 많았지만 지금 내 상황에 딱 맞는 설명은 없었고, 모든 경우의 수를 읽다 보니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에 흔들리게 됐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내가 답을 찾고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상태가 정상이라는 확인’을 원하고 있었다는 걸요.
기준이 없는 상태의 무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단순했습니다. 그 시간은 문제가 생긴 시간이 아니라 절차가 진행 중인 시간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정해진 순서대로 흘러가고 있었고, 제가 느끼는 불안과는 별개로 시스템은 이미 작동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걸 설명해주는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저는 계속해서 “지금 잘못 가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에 갇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생각 중입니다
이 경험 이후로 저는 어떤 상황을 마주할 때 결과보다 먼저 이런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 나는 선택의 단계에 있는가, 기다림의 단계에 있는가, 정리가 필요한 단계에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이 생기면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아도, 적어도 방향을 잃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마치며
그때 누군가 “지금은 기다리는 단계입니다.”라고만 말해줬어도 아마 저는 조금 덜 흔들렸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누군가에게 해결책을 주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다만 지금 답을 찾으려 애쓰고 있는데 오히려 더 불안해지고 있다면, 어쩌면 그건 잘못 가고 있어서가 아니라 아직 설명받지 못한 단계에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저 역시 아직 완전히 정리된 상태는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지나가고 있는 중이라는 감각만은 이제 조금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