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최애 도시 메데진

메데진에 가기 전에 가볍게 읽기 좋은 글

by 욘다혜욘

-프롤로그

영어로는 ‘메데린', 스페인어로는 ‘메데인’, 콜롬비아어로는 ‘메데진’이라 불리는 콜롬비아 제2의 도시. 콜롬비아 대표 화가 보테로를 비롯한 수많은 예술가들의 활동 무대로, 수준 높은 거리공연과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예술도시다. 1500m의 적당한 고도와 연중 온화한 날씨로 ‘영원한 봄 ’이라고도 불리며,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자연과도 잘 어우러지는 도시. 콜롬비아에서 음식이 가장 맛있는 곳이자, 반데하 파이사, 몽동고 등 수많은 음식의 탄생지로 ‘맛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때문에 메데진 사람들은 보고타노들에게도 은근한 우월감을 가질 만큼 자부심이 강하다. 하지만 메데진에 오게 된다면, 이들의 메데진 부심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콜롬비아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이자,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히는 메데진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기도 하다. 수차례 콜롬비아를 방문하면서 메데진은 들리지 않은 적이 없을 만큼 메데진의 매력은 독보적이다.


-예술도시

메데진은 도시 전체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예술가들의 손길이 곳곳에 닿아있다. 골목마다 강렬한 색채의 벽화와 그보다 강렬한 거리공연이 시선을 끈다. 외줄 타기를 선보이는 사람부터, 메시 뺨치는 드리블을 자랑하는 축구쇼까지. 다양한 퍼포먼스 중 가장 눈에 튀는 건 당연 ‘비보잉’이다. 많게는 10명까지 팀을 이루는 비보잉 공연은 무대공연만큼이나 멋져서 그냥 보기 미안할 정도다. 메데진에서는 신호를 받는 짧은 시간에도 도로마다 다양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이는 남미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메데진의 공연은 보다 특별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불쌍한 표정으로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메데진의 예술가들은 즐거운 얼굴로 자신감 넘치는 공연을 선보였다. 이들은 ‘구걸’이 아닌 ‘예술’을 하고 있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태도의 차이는 ‘구걸하는 사람’과 ‘예술가’라는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보테로가 말했다. “예술은 즐거움을 줘야 해요. 미소가 지어지면 완벽해요. 보는 게 즐겁다는 뜻이니까요.”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보테로는 ‘남미의 피카소’로 불리며, 현존하는 화가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꼽히는 콜롬비아 대표 화가다. 보테로의 작품은 콜롬비아 전역에서 접할 수 있지만, 가장 밀집되어 있는 곳은 그의 고향이기도 한 메데진이다. 바르셀로나가 가우디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라면, 메데진은 보떼로 가 만든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데진의 중심 ‘보테로 광장’엔 수십 점의 그의 조각상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이 외에도 대부분의 광장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산다’고 말할 정도로 열정이 대단한 보떼로는 현재에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다작가’로도 유명하다. 또한 자신의 작품 상당수를 메데진에 기증함으로써, 예술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때문에 콜롬비아를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들도 대다수가 메데진에서 탄생했다. 메데진의 청담동이라 불리는 포브라도 지역에선 콜롬비아 브랜드들의 쇼룸들이 들어서 있다.


보테로의 작품은 10미터 전방에서 봐도 그의 작품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징이 매우 뚜렷하다. 그는 사람뿐 아니라 동식물, 사물들까지 모두 뚱뚱하게 표현했다. 모든 대상을 부푼 풍선처럼 표현한 그의 기법 때문에 그의 그림은 여백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가득 차 있다. 왜 뚱뚱한 사람만 그리냐는 질문에, 보테로는 자신은 한 번도 뚱보를 그린적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그가 그린 대부분의 사람들은 뚱뚱하지 않다. 이는 그의 대표작인 ‘모나리자’만 봐도 알 수 있다.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풍채가 있는 편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는 단지 관능적인 느낌을 살리려다 보니 뚱뚱하게 표현된 것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관능적이라기엔 부드러운 선과 색으로 그려낸 그의 그림은 동화 삽화로 써도 좋을 만큼 귀엽기만 하다.


칼리가 살사의 도시라면, 메데진은 레게톤과 힙합의 도시다. 그만큼 많은 콜롬비아 래퍼들이 탄생한 곳이자, 세계적인 라틴음악의 성지다. 특히 조나로사에는 라틴음악을 즐길 수 있는 클럽과 펍들이 밀집되어 있어, 매일 밤 많은 젊은이들로 붐빈다. 꼬무나 13과 같은 빈민촌에서는 프리스타일로 랩 공연을 하는 래퍼들도 흔하다. 이들은 스피커를 들고 다니며,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고는 즉흥적으로 비트에 맞춰 가사를 만들었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한국에 대해선 아는 게 없었는지 “꼬레아, 응, 꼬레, 응, 꼬레아”만 반복하긴 했지만, 언어가 같고 문화가 유사한 다른 남미 국가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유창한 랩을 선사했다.


-자연도시

메데진은 지리적으로도 매우 훌륭한 조건을 가진다. 큰 강이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고, 주변은 산으로 둘러 싸여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메데진에서는 ‘케이블카’가 대중교통으로 이용된다. 5개 노선의 케이블카는 도심에서 벗어나 빈민촌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가난한 사람들의 훌륭한 교통수단이다. 또한 보고타엔 없는 지하철도 있어, 콜롬비아 내에서 교통이 가장 좋은 도시로 꼽힌다. (보고타에도 곧 생긴다는 말이 몇 년째 있지만 언제 생길지는 알 수 없다.)


메데진에서 가장 가까운 국립공원인 ‘아르비 공원’ 또한 케이블카로 이동할 수 있다. 아르비 공원은 도심에서 30km나 떨어져 있지만, 케이블카로 인해 접근성이 좋아 메데진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제격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고도가 높아진 만큼 기온이 떨어졌다. 심지어 소낙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비는 금방 그쳤지만, 비를 피하느라 입구를 놓치고 길을 잃었다. 주변에 안내소도 지도도 없는 것으로 보아 공원 밖으로 한참을 벗어난 듯 했다. 한참 헤매다 비료를 포장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을 만났다. 그들은 이 곳에 산도적이 출몰하기도 하니 버스를 타는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덕분에 때마침 지나가는 버스를 잡아타고 공원 내부로 입장할 수 있었다. 아르비 공원은 규모가 큰만큼 유명세에 비해 한적했다. 고요한 숲 속 사이로 형형색색의 새와 나비들이 날아다녔고, 호수에 낀 물안개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자연적이다 못해 야생적인 경관이었지만, 트레킹코스가 잘 닦여있어 길을 잃을 일은 없었다. 그곳에서 우연히 친구도 생겼다. 원석이 들어간 마크라메 팔찌를 만들어 판매하는 그녀는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 일이 끝나자, 그녀는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후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녀의 집은 메데진이 아닌 산타에레나였다.) 그녀의 오토바이로 오분쯤 이동했을 뿐인데, 아르비 공원과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구름이 낮게 깔린 울창한 숲 속에 지어진 작은 오두막집. 그곳이 그녀의 집이었다. 해가 지자 그녀는 마당에 장작불을 피우웠다. 우리는 타오르는 불꽃들을 바라보며 따뜻한 아레빠와 초코라떼를 마셨다. 하루종일 추웠던 몸은 순식간에 녹았고, 우연히 마주한 비현실적인 풍경은 낭만으로 채워졌다. 한참 불멍을 즐기다 보니 케이블카는 이미 끊긴 지 오래였다. 그녀는 자고 가라고 했지만 다음날 배행기가 예약되어 있어, 어쩔 수 없이 빈민촌을 지나는 버스를 타야 했다. 낮에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가난하고 음침한 풍경과는 달리, 버스 밖으로 보이는 픙경은 평범하기만 했다. 늦은 시간까지 동네 꼬마들이 뛰놀고, 집집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활기찬 분위기였다. 위에서 내려다본 것과 그 속에서 바라본 것은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훌륭한 기후조건 덕분에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는 메데진에서는 고층 빌딩들 사이에서도 자유롭게 날아드는 노란 새와 파란새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도심 속의 예쁜 새들은 메데진을 몽환적으로 만들었다. 메데진은 본래의 지리적 특성을 살려 자연이 잘 보존된 도시다. 특히 '하르딘 보타닉 공원'은 도심 한복판에 위치하지만 마치 정글에 온 듯 한 느낌을 준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호수 주변에는 이구아나, 거북이 등의 파충류와 다양한 종의 나비와 조류를 서식하고 있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콜롬비아 모든 도시들의 공통점지만, 메데진이 속한 ‘안티오키아 주’는 그중에서도 유명하다. 안티오키아 주는 두 개의 큰 산맥과 두 개의 큰 강이 가로지르고 있어 풍요로운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때문에 파블로의 고향인 ‘리오 네그로’, 콜롬비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산타페’, 안티오키아 주 전역에 널려있는 커피농장 등,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근교 투어가 많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북쪽으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바위산 ‘엘빼뇰'과 동화마을 ‘과타페’다.


엘빼뇰은 약 700개의 계단으로 오를 수 있는 거대한 바위산이다. 층계가 높아 오르기 힘들지만, 전망대에 오르면 호수 전망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부드러운 곡선의 초록섬들과 파란빛보다는 초록빛이 감도는 독특한 호수 색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엘 빼뇰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과타페'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과거엔 평범한 마을이었지만, 주민들이 마을 전체를 형형색색 아름답게 꾸미기 시작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현재는 메데진에 온다면 반드시 들려야 할 곳으로 꼽히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 곳이다. 과타페 마을은 모든 건물들이 '어린이집' 같았다. 건물 벽에 입체적으로 조각된 패턴과 거기에 칠해진 채도 높은 페인팅, 화단에 심긴 작은 꽃송이들은 유치해 보이기도 했지만, 어릴 적 꿈꾸던 과자집처럼 달콤했다. 마을을 거 늘이다 보면 주민들의 자신만의 개성으로 집을 꾸미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온통 흰색으로만 칠해진 아파트에 살아온 나로서는 집으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부러웠다. 호수를 따라 늘어선 마을 중심엔 버스킹 공연이 울러 퍼지는 작은 광장이 있고, 광장 사이로 난 작은 계단길에는 마을처럼 알록달록 칠해진 수공예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과타페는 한 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여유있게 동심을 즐기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곳이다.




*할 말이 많아 정리가 되지 않고 의식의 흐름대로 쓴 가이드북 / 현재 인터넷 환경이 안 좋음으로 사진은 나중에 첨부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