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일지
아침마다 붐비는 버스와 지하철. 문이 열릴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인파, 서로의 어깨를 부딪히며 겨우 자리를 잡고 선 채로 보내는 출근길. 혹여 승용차를 타더라도 막히는 길과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흐름은 매한가지다. 한때는 그런 풍경이 그저 일상의 일부라 여겼다. 어쩔 수 없는 것쯤으로 넘겼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왜 나는 매일 아침 남이 정한 길을 따라가고 있을까? 왜 늘 누군가의 페이스에 나를 맞춰야 하는 걸까 출근길조차 이렇게까지 피로해야 할까?
그런 생각 끝에 나는 따릉이를 탔다. 서울의 거리 어디서든 쉽게 빌릴 수 있는 자전거 한 대.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교통수단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작은 해방이었다.
핸들을 잡고 길 위에 나서면, 온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자동차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던 풍경들이 시야 안에 머무르고, 무심코 지나쳤던 골목길의 가게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그 느림 덕분에 나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이 느낀다.
무엇보다 좋은 건, ‘내가 정하는’ 속도로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운전에 맡긴 채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대신, 이제는 내가 갈 길을 직접 선택한다. 가고 싶은 코스로, 걷고 싶은 거리만큼, 달리고 싶은 만큼 속도를 조절한다. 멈추고 싶으면 멈추고, 쉬고 싶으면 잠시 길가에서 숨을 고른다.
그 자유가 생각보다 컸다. 누군가의 기분 언짢은 넋두리를 듣지 않아도 되고, 좁은 공간에서 모르는 이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오롯이 나만의 아침, 나만의 리듬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평온을 주는지 따릉이를 타고서야 알게 되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바람, 가로수 사이로 스치는 햇살, 그리고 숨이 차오를수록 점점 가벼워지는 마음.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출근’ 그 이상의 의미가 되었다. 어쩌면 인생도 이와 닮았다. 누군가 정해준 길 위에서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것보다, 비록 느리고 힘들더라도 내가 선택한 길을 걷는 것이 더 나다운 삶 아닐까?
물론 따릉이를 타는 일조차 매일같이 만만하진 않다. 비가 오는 날엔 망설여지고, 오르막길에선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하지만 그런 날조차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움직였고, 내가 선택했고, 내가 감당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일상의 작은 통제권을 원한다. 삶 전체를 바꿀 수는 없어도, 하루의 시작을 조금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만큼 삶을 더 사랑하게 된다. 따릉이 한 대가 가져다준 변화는 그런 의미에서 작지만 깊었다. 나는 매일 내 삶의 방향을 한 뼘씩 정리해나가고 있다. 아무도 정해주지 않은 길 위에서, 나만의 속도로.
한 줄 생각 : 가끔은 내 페달로, 내가 정한 길을 달릴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