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의 무게는 조용히 쌓인다

내 인생의 기둥

by 서담

가끔은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눈에 띄는 사람들, 금세 주목받고, 빠르게 올라서는 모습들. 마치 인생이 순조로운 이정표만 따라 나아가는 듯해 보이는 그들을 보면, 문득 내가 너무 돌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당신은 참 성실해. 근데 가끔은 좀 쉬엄쉬엄 해도 되지 않아?”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에게 아내가 조용히 말을 건넨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가끔은 나도 빠른 길이 궁금해. 근데… 내가 가진 건 꾸준하게 열심히 하는 것 밖에 없잖아.”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근데 자기만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그러지” 그 한마디가 오늘 하루의 피로를 살짝 누그러뜨렸다.


세상은 때로 요령 좋은 사람에게 먼저 박수를 보내곤 한다. 화려한 이력, 번쩍이는 스펙, 누군가의 손을 타고 올라선 자리는 근사해 보인다. 그러나 그 자리가 얼마나 단단한지는 바람이 불 때 드러난다. 외풍이 세질수록, 기반 없는 건물은 가장 먼저 흔들린다.


진짜는 시간이 걸린다. 뿌리내리는 데는 고요한 인내가 필요하고, 튼튼한 줄기가 되려면 수없이 꺾이고 견디는 계절이 필요하다. 쉽게 얻는 것은 쉽게 떠난다. 노력 없이 주어진 기회는 감당할 줄 모른다. 마치 맛은 있어 보이지만 알맹이가 텅 빈 과일처럼, 껍질만 번지르르한 채 속은 비어버린다.


어릴 적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았다. 예쁘고 높게도 쌓았지만, 결국 파도 한 줄기에 흔적 없이 무너졌다. 그 모습이 지금도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다. 누군가의 힘을 빌어 빠르게 올라선 것들도 그럴지 모른다. 든든한 기반 없이 쌓인 것들은 결국 작은 흔들림에도 무너진다.


그렇기에 나는 천천히, 내 손으로, 내 땀으로 나만의 단단함을 만들어가고 있다. 과정은 더디고 지루하다. 때로는 초라하게 느껴지고,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외롭기도 하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이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는 걸 믿는다.


“그래도 이렇게 하루하루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빛을 보겠지?” 하루를 마치며 아내가 내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빛이 아니라 그늘이 되어도 좋아. 오래 버티는 그늘이 될 수 있다면.”


어쩌면 지금 내가 가는 길은, 누군가에겐 재미없고 느려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길이 가장 확실한 증거다. 내가 내 힘으로 쌓아 올린 하루하루가 내 인생의 기둥이 된다. 그 기둥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묵묵히 내 자리를 지킨다. 빛나지 않아도, 높지 않아도 괜찮다. 진짜는 그런 것이다. 번지르르한 말보다, 묵묵히 버티는 무게감. 결국 그것이 사람을 지탱한다.


한 줄 생각 : 화려한 건 눈에 띄지만, 진짜는 흔들림 없이 자란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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