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쌓은 만큼, 내가 견딘 만큼

속도보다 깊이다

by 서담

사람들은 종종 겉모습에 끌린다. 반짝이는 이름, 근사한 타이틀, 화려한 이력서. 마치 그 모든 것이 진실을 담고 있는 듯, 스펙과 성과를 눈으로만 바라본다. 하지만 그 화려함 아래 어떤 땀이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밤을 이겨낸 건지, 또는 그 길이 얼마나 정직했는지를 묻는 사람은 드물다.


화려한 이력은 보기엔 멋지다. 마치 빨갛게 잘 익은 과일 같다. 반짝이고 단단해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 알맹이가 없다면, 먹어보면 밍밍하고 무맛이라면, 그것은 성장호르몬에 의존해 부풀린 과일에 불과하다. 빛은 있으나 맛은 없는, 눈은 속일 수 있어도 혀는 속이지 못하는 것처럼, 인생의 무게도 결국 본질 앞에선 들통이 난다.


누구의 손을 빌려 올라선 자리, 편법으로 오르게 된 계단은 생각보다 허약하다. 단단하게 다져지지 않은 기반 위의 성공은 마치 모래 위에 지은 성처럼, 아름답게 쌓이는 순간조차도 불안하다. 파도가 가까이 오는 것만으로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자리를 부러워하지 않으려 한다. 느리고 서툴더라도, 내가 쌓은 만큼만 가고, 내가 견딘 만큼만 오르려 한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나는 알고 있다. 내가 버텨낸 시간만큼이 결국 내 실력이고, 내가 뿌린 만큼이 진짜 내 열매라는 것을.


누군가는 말한다. 요령껏 살아야 한다고. 지름길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지름길에는 반드시 대가가 있다. 잃어버린 진정성, 혹은 내공 없이 얻은 자리에 대한 불안감. 오래가지 못할 성장, 오래가지 못할 평판. 진짜로 오래가는 사람은 늘 성실한 자다. 느리지만 꾸준한 자, 빛은 없지만 믿음직한 자.


성공은 ‘속도’보다 ‘깊이’다. 얼마나 빠르게 도달했는가 보다, 어떤 마음으로 그 자리를 견디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세상은 속임수에 박수를 보낼 때도 있지만, 끝까지 살아남는 건 언제나 ‘진짜’다.


나는 이제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산다. 작아도 내 손으로 세운 것, 빛나지 않아도 내 땀이 스며든 것,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가진 시간들. 그것이 내 자부심이고, 내 미래다.


오늘도 나는 또 한 줌의 모래를 단단한 땅 위에 올린다. 바람에도, 비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진짜 나만의 성을 짓기 위해.


한 줄 생각 : 빛나는 이력보다 무너지지 않는 진실이 오래간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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