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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고마웠다

승용차와의 마지막 안녕

by 서담

2001년, 그 해는 나에게 새로운 시작의 기회를 안겨주었다. 길을 누비며 새로운 도로와 나란히 눈을 뜨게 되었던 그 해, 우리 가족을 위한 승용차를 구입했다. 생애 처음으로 자유롭게 길을 헤매며, 모든 길이 나의 발길에 열려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 차는 더 이상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었다.


그곳에 담긴 추억, 마치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한 작은 세계였다. 함께한 시간은 길었고, 많은 도로를 누비며 흐른 년월은 나에게 기억의 보따리를 채워주었다. 익숙함의 물결 속에서 나는 그 차와 함께 성장하고, 삶의 여정을 함께 나누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출발한 그 해, 나는 마치 행운을 안고 태어난 듯한 기분으로 승용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나의 삶은 길 위에서 펼쳐져 갔다. 산과 바다 가고 싶고 보고 싶고, 발길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함께 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하지만 세월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고, 내 승용차도 더 이상 새로운 도로를 함께 할 수 없을 정도로 나이가 들었다. 이제는 불규칙적인 엔진 소리와 언덕길에선 선명히 느끼는 힘겨워하는 느린 가속력, 흐릿해진 라이트, 그리고 차량의 떨림이 나에게 이별의 순간을 알려주었다.


마치 오랜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처럼 그 순간은 서글픔으로 가득하다. 앞으로, 도로를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크지만, 미련을 갖기보다는 그동안 함께한 시간에 감사함을 느낀다. 우리는 함께한 모든 도로 위에서 서로에게 무한한 경험을 선물했다. 어느새 익숙해진 차량은 마치 나의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


하지만 삶은 변화의 연속이며, 이별은 그 변화의 한 부분이다. 익숙함과의 이별은 마치 좋은 친구와의 작별인 듯한 아픈 감정을 남긴다. 하지만 이별은 또한 새로운 만남을 의미한다. 그동안 익숙함으로 지내온 나의 삶이 또 다른 변화와 만남의 문을 열어줄 것이다.


마지막 차를 떠나보낼 때, 나는 그저 그 시간을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환영한다는 마음으로 작별의 인사를 건넸다. 익숙함과의 이별, 마지막으로 그 차에 손을 흔들며 나는 그 과거의 나와 헤어졌다.


하지만 그 과거와 나와의 이별은 삶의 일부분일 뿐, 더 나은 미래의 만남을 기대한다. 새로운 길에 서있는 지금, 나의 승용차에 감사함과 함께 작별의 인사를 전한다. 이젠 떠나야 할 때가 왔다.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상을 맞이하기 위해, 나는 새로운 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간다.


2001년~2024년까지 23년 동안 너무 수고 많았다. 고맙다. 지금껏 나와 우리 가족을 안전하게 지켜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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