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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혁이창 Nov 13. 2021

섬세이SUMSEI : 자연을늘마주하며떠올릴수있도록

2021년 상반기

미팩토리를 시작하면서 2015년부터 혼자 살기 시작했으니 나는 벌써 햇수로 7년 차의 프로 자취러였다. 혼자 살아보니 인테리어와 가전에 관심을 자연스레 가지게 되었고 그때마다 아쉬움이 있었던 건, 디자인이 이쁜 소형가전 옵션에는 국내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었다. 영국의 다이슨, 일본의 발뮤다 와 같이 소형가전이지만 감성이 있는 디자인의 가전을 찾다 보면, 늘 그 옵션이 부족했다. 우리나라의 고유한 감성들을 담아낸, 한국을 대표하는 소형가전 브랜드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마음 한편에 있었다. 그래서 브랜드 네이밍부터 순우리말을 활용했으면 한다는 아이디어를 포함한 러프한 리뉴얼 방향성을 이전에도 몇 차례 프로젝트를 함께했던 디자인 에이전시 sam partners에 전달했다.

sam partners 가 제안한 옵션 중, 섬세하다 라는 순우리말에서 따온  ‘섬세이 SUMSEI ’ 라는 네이밍과 한국의 자연이 가진 색과 질감 등 특색들을 담아냄으로써 한국을 대표하는 소형가전 브랜드를 표현해보자는 제안이 나와 우리 팀 멤버들의 공감을 샀다. 이제는 브랜딩의 방향은 잡혔으니 이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대한 결정이 필요했다. 우리는 대표상품이자 하나뿐인 SKU인 에어샤워의 색깔을 기존의 블랙과 화이트가 아닌 자갈의 색을 닮은 자갈 블랙과 모래의 색을 닮은 모래 아이보리 색상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발이 닿는 에어샤워의 표면의 거칠게 부식시켜 마치 바위와 모래의 질감을 표현할 수 있도록 처리하기로 했다. 렌더링 된 이미지를 주변 지인들에게 보여주며, 집 안에서도 우리 브랜드를 통해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한 색상과 질감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었다.


리뉴얼을 통해 준비한 브랜드의 세계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다.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어떤 가치를 주고 싶은 것인지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 표현 방법은 오프라인에서의 직접적인 체험이었다. 좋은 영상과 이미지도 우리의 세계관을 전할 수 있겠지만 그것으로 충분치 않았다. 하지만 이 고민을 하고 있던 연초의 분위기는 작년부터 이어온 코로나로 오프라인 매장들이 문을 닫고 유동인구도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모든 게 디지털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 오프라인의 더 희소하고 강렬한 경험만이 브랜드의 세계관을 각인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섬세이 브랜드의 플래이그쉽 스토어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플래이그쉽 스토어의 규모와 위치에 대한 결정이 필요했다. 어떤 오프라인 공간을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제품을 보여주는 방식이 아닌 세계관을 표현하는 전시 형태의 스토어를 원했다.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제품은 1개뿐이었지만 공간 자체는 무관하게 압도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시대에 압도적이지 않으면 누구도 관심을 가지거나, 그들에게 각인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위치에 대해서는 향후 몇 년 동안 유동인구들이 지속적으로 있을 거라 예상되는 곳이길 바랬다. 우리가 마케팅을 했을 때만 어렵게 획득하는 것이 아닌 꾸준히, 그리고 지속 가능하게 우리 브랜드가 회자될 수 있는 곳이길 바랬다. 동시에 자연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란 세계관을 드러내기 위해 자연과 가까운 곳이길 바랬다. 그 두 가지 요건에 충족되는 곳이 트리마제 살면서 종종 찾았던 서울숲 뒤 아뜰리에 거리였다. 진짜 자연인 서울숲이 가깝고, 서울숲 바로 옆에 생기는 디타워 서울포레스트에는 한남동에 있었던 디뮤지엄이 이전해 온다는 뉴스를 통해 향후에도 지속적인 유동인구의 유입을 예상했다. 코로나라는 변수는 있었지만, 종식만을 기다릴 수 없었기에 서울숲 아뜰리에의 부동산을 들어가 스토어를 할 수 있는 공간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부동산에서는 어떤 브랜드인지, 제품이 몇 개인지 물어보았고 신규 브랜드에 제품은 현재 하나라고 답했다. 그 답변에 맞춰 부동산에서는 20-30평 정도 되는 규모의 공간들을 소개해줬다. 나는 스토어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 역치를 건들지 못한다면 내가 주려던 감동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통 건물을 쓸 수 있는 후보지부터 우선순위로 보게 되었다. 하지만 아뜰리에 길 쪽에는 모두 낮은 층수의 주택들을 개조해서 상가들로 활용되고 있었기에 통 건물이어도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고, 그중에서도 통 건물 옵션은 거의 없었다. 그중 아뜰리에 길 초입에 들어가자마자 있는 4층짜리 통 건물이 있는데 이번에 건물주가 매입을 하고 리모델링을 하는 중이라 시기가 맞을 거 같긴 한데, 생각하시는 브랜드에서 진행하기에는 너무 규모가 큰 것 같다고 부동산에서는 우려했다. 하지만 난 일단 그 건물을 보고 싶다고 했다.


리모델링 하기 전 봤던 건물외관

부동산에서는 굳이 이 사이즈로 스토어를 한다는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그 표정이 나오는 게 맞는 거란 확신이 있었기에 그 건물로 진행하고 싶다고 했다. 다행히도 건물주는 패션회사 출신의, 브랜딩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신 중년의 여성분이셨고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관심과 기대를 가져주셨다. 모든 사람들이 굳이 왜 이렇게까지 하냐는 걸 꼭 해내서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를 건물주 분에게 말씀드렸다. 서울숲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이 될 거라는 확신에 찬 호기 넘치는 나의 멘트에 건물주 분은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배려해주셨고, 그건 나에게 또 다른 응원과 같이 느껴졌다.


전부터 스토어를 진행하면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오프라인 공간을 기획, 연출하는 논스페이스 대표님을 만나 자연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해 달라며 전체적인 브랜드 철학과 세계관에 대해 설명을 드렸다. 공간에 대한 다른 기획에 대해서는 대표님의 방향을 믿고 따르겠지만 딱 한 가지 컨셉만은 지켜지게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그건 방문하는 모든 입장객들은 신발을 벗고  공간을 맨발로 체험해야만 한다는 . 대표님은 그렇게 맨발 키워드를 가지고 기획에 들어갔고 이때가 4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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