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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hyuk kim Mar 11. 2019

우리 곁을 떠날 줄 모르는 시인, 기형도에 관하여

기형도 30주기 시전집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출간을 두고

기형도 덕질을 하던 때가 있었다. 


누가 시집을 추천해 달라치면 '덮어놓고' 기형도 시를 추천해줬다. 워낙에 기형도 얘기를 많이 하니까 블로그 글을 보고 기형도 시집을 샀다는 사람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시인을 남도 좋아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고 그래서 남모를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사실 기형도 시는 호불호가 크게 나뉘지 않는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도 절망해 보지 않은 사람만이 기형도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물론 사견이다.)

 

기형도 30주기 시전집이 나온다고 한다.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무난한 제목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신문기사 제목을 놓고 큰 글씨로 쓴 한 문장 기사라고 한다. 본문의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뜻에서다.('경악'류는 제외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새로운 시전집 제목을 정할 수 있다면 다른 문장을 가져올 텐데 라는 생각을 했지만 표지부터 독자를 울리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편집자의 배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 책장에는 <입 속의 검은 잎>과 <기형도 전집>이 한 권씩 꽂혀있다. 이번 책 소개를 보니 기존의 시집과 크게 다른 점은 없어 보인다. <입 속의 검은 잎>에 수록된 시와 미발표 시 전편을 실었다는 듯하다. 시인의 단편소설은 빠졌나 보다. 시집의 볼륨 면에서 유고시집과 전집 사이로 생각하고 있다. 조금 특별한 점은 목차를 새롭게 구성했다. 기존의 목차를 '거리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는 출판사의 설명이다.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생각보다는 가격대가 저렴하다. 양장이 아닌 걸까. 이건 환영할 만한 일인데 개인적으로 양장본은 자기 전에 읽기 불편하다. 책이 빳빳할수록 읽는 사람의 자세도 뻣뻣해지는 경향이 있다. 시집은 더더군다나 한 손에 들고 읽다가 머리맡에 가볍게 놓고 잠들 수 있는 게 딱 좋다. 


책 소개인 줄 알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조금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가 주저리주저리 이 글을 적고 있는 이유는 새로 나온 시선집을 사야 할지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책이 어떨지는 직접 읽어봐야 알 수 있다. 이미 두 권이 있는데. 성경을 세 가지 판본으로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한번 고민해볼 만한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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