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nhyuk kim Aug 17. 2020

이직 두 달째를 기념하며

오늘의 다짐 : 나에게 친절할 것

생각해보니 오늘로 이직한 지 그리고 서울에 올라온 지 두 달이 됐다. 체감 상 반년은 된 것 같지만 말이다.(그렇게 일을 했는데 월급을 두 번밖에 못 받았다고?)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나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다. 새로운 업무와 조직에서 좌충우돌했고 자괴감과 불안 사이에서 깊은 우울을 겪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를,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었던 여름휴가가 있었다.      


요즘 나에게 가장 큰 화두는 ‘일’이다. 일 중독은 아니고(어림도 없지!),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일에 가깝겠다. 직장인, 또는 직업인으로 살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일과 삶을 조화롭게 만들고 싶은 욕구는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는 일에 매몰되고 싶지 않지만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분명히 있다. 또 일이 내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 나를 구성하는 한 부분임은 확실하다. 부끄럽지만 내 분야에서 뭔가를 이뤄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출근을 하려니 싫어 죽겠고 그만두자니 앞으로 영원히 출근이 없을까 봐 두려운 마음도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두 달 정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니 한 가지 다짐을 하게 됐다. 일과 나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찾을 것. 최근에는 좋건 싫건 간에 ‘직장에서의 나’와 ‘일상에서의 나’는 나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둘 사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닮았다. 너무 가까우면 쉽게 상처 입고 너무 멀면 그 관계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직장에서 나를 지키는 법도 관심사 중 하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일과 관련해 나에게 가장 많은 상처를 준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낯선 시스템 속에서 적응하지 못해 나 스스로에게 자주 실망하고 자책했다. 신입이 아니라는 사실이 부담으로, 이직이라는 말이 책임으로 다가왔던 거 같다. 어리숙할 때 어리숙하지 않은 척하느라 물어보고 싶은 걸 물어보지 못했고, 한 사람 몫을 다 해야 한다는 괴로움이 늘 뒤따랐다.       


그동안 스스로에게 너무 무례하고 가혹했다면 이제는 친절한 내가 되고 싶다. 모두가 나를 압박할 때 나도 덩달아 팔짱을 끼기보다는 몰래 빠져나갈 수 있는 뒷문을 열어주고 싶다. 일견 그게 내 잘못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연휴가 끝나간다. 코로나는 다시 기승이고. 한번 비탄에 잠긴 뒤로 예전만큼의 긍정이나 여유는 사라졌지만 그래도 모든 걸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할 수 있는 걸 해봐야지. 우선 스스로에게 다정할 것. 오는 한 주간의 지상 과제다. 

작가의 이전글 좋은 삶은 좋은 쉼이어야 한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