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디저트 한입이 생각나는 곳
조용한 공간에서 대화하고 때로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기는 나에게 카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다. 부산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보고 있었다. 검색하던 중 우연히 마주한 '연화제과' 그곳에 가기로 했다.
부산 연지동에 위치한 연화제과는 맛있는 디저트가 있는 공간이다. 흘러가는 시간을 의미하는 年華(연화)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연화'라는 상호는 피로에 지친 여행자에게 차분함을 선사하였다.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서울을 지나온 터라 부산은 어느 때보다 따뜻했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입고 있던 외투가 짐처럼 느껴졌다. 비교적 넓어 보이는 외관과 달리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이곳은 4명 이상의 손님은 정중히 거절한다.
<연화제과>는 커피가 주가 아니다. 베이커리와 어울리는 '마실 것'의 한 종류로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이 이곳을 찾게 되는 이유는 맛있는 베이커리 때문이다. 디저트를 주문하면, 바쁜 중에도 한 명 한 명에게 간략한 설명을 덧붙여 주는 주인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세심한 모습에서 베이커리에 대한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좋은 재료가 들어간 맛있는 디저트와 조용한 공간만으로 충분했다.
작은 공간이지만, 혼자서 운영하기에는 버겁게 느껴질 수 있는 크기이다. 작년 10월에 가오픈을 하고 12월에 정식 오픈을 한 연화제과.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주문을 받고 준비하고 있었다.
연화제과는 초읍길 골목길 코너에 위치하고 있다. 초행길이라면 조금은 헤맬 수 도 있다. 초행길을 헤매는 것은 당연하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갔다. (실제로 근처에서 한참을 헤맸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곳은 원래 이 동네의 세탁소였다고 한다. 세탁소였던 곳을 틀은 그대로 두고 장식적인 요소을 더해서 만들어진 연화제과. 그러기에 더 매력적이었다.
"올드한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어요. 두 개의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는데 지금 계신 공간이 원래는 세탁소 주인이 쓰시던 방이에요(웃음)"
작은 계단을 기준으로 공간은 두 곳으로 분리된다. 한쪽이 따스한 햇살이 스며드는 공간이라면, 다른 한쪽은 은은한 조명과 마주 볼 수 있는 테이블로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 적합하다.
개인적으로는 이곳에 온다면 꼭 한 번 파란 문으로 들어가 보기를 권한다.
이곳은 화장실이다. 보통과는 다른 분위기 때문에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는 곳이다. 비교적 소홀하게 방치할 수 도 있는 곳이지만, 사장님의 정성과 세심함을 유추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잃어버린 것' 담아내고 싶기에 오래된 세탁소였던 연화제과의 공간은 만족스러웠다. 드르륵 열리는 문과 오래된 창틀 그리고 투박한 벽지도 마음에 들었다. 부산스럽지(보기에 급하게 서두르거나 시끄럽게 떠들어 어수선한 데가 있다.)않은 따듯한 공간 그리고 한 분 한 분 정성스럽게 대하는 모습이 사람들의 발길을 끊어지지 않게 하는 요인이라 생각한다. 부산스럽지 않으면서 부산(釜山)스러운 곳을 알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