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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발하는마케터 Oct 09. 2018

누군가를 진심을 다해 축하하는 일

어른이 된 나의 친구

어린 시절부터 나는 어른이라 생각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었다. 물론 그 기준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했다. 학창 시절은 연애였고, 성인이 된 이후로는 군대였으며, 현재는 결혼이다. 결혼 이후는 무엇이 기준이 될지 모르겠다. 이처럼 나보다 앞서 경험하는 것 혹은 내가 경험해야 할 것들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중, 고등학교 시절 연애를 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우면서 신기했고,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다 철든 어른처럼 보였다. 현재 어른의 기준이 결혼인 것은 막연하지만 언젠가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새로운 관계의 시작


이러한 기준의 공통점은 모두 관계의 새로운 시작이다. 연애는 애인이라는 새로운 관계가 형성된다. 군대에서는 특수한 조직문화를 배우면서 새로운 관계망 속으로 편입된다. 결혼은 단순한 애인 이상의 가족이라는 관계가 펼쳐진다. 이처럼 관계를 바탕으로 한 배움은 한 사람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성장시켜주는 것 같다. 단순한 생장이 아닌 성장을 하는 조건은 관계를 통한 배움이 아닐까. 그러나 때로는 그 배움은 이상과 현실 사이를 고민하는 나를 현실로 이끌어 오기도 하며, 감성보다는 이성이 나를 통제하게 만들기도 한다.


당연한 소리지만, 이미 경험하고 지나온 것들은 더 이상 어른의 기준이 아니다. 난 여전히 내가 생각하는 어른과는 거리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흔히 어른이라 하면 철없는 대화보다는 건설적인 이야기를 할 것 같았고, 누군가의 앞에서 멋지게 말할 수 있어야 했다. 또한 어떤 상황에도 긴장하지 않고 신중하며 모든 것들에 대한 강한 면역력이 생긴 사람을 떠올렸다.


이러한 생각이 교차하는 시점에서 내 옆에 있던 친구가 결혼 소식을 전했다. 현재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기준인 결혼을 친구가 말했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는 그저 축하해주었다. 그러나 친구가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점점 그가 어른처럼 느껴졌다.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척척해내고 있는 듯 보였다. 그 친구는 추진력이 좋은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그것을 감안해도 막힘없이 어른의 세계에 진입하고 있었다. 거침 없는 모습이 마치 전장에 나선 선봉장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를 진심을 다해 축하하는 일


그리고 그는 결혼을 했고, 난 사회를 봤다. 새로우면서 값진 경험이었다. 긴장되고 떨렸지만 설렘이 동반되었다. 결혼식을 지켜보면서, 사회를 진행하면서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감정 하나를 잡을 수 있었다. 내가 이 상황을, 이 순간을 진심을 다해 축하해 주고 있는 사실을. 그 어떤 질투와 시기 없이, 온전히 내 감정에 충실한 채 그의 결혼을 축하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진심을 다해 축하하면 어떤 감정이 샘솟는지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 감정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순간 친구라는 관계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 더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기뻐서, 행복해서, 감동해서 울어본 경험이 없다.(적어도 현재까지 기억이 안 난다) 그러나 그 날은 결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행복한 마음에 가슴 한편에서 울컥하는 감정이 밀려왔다. 그런 감정에 대한 경험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나를 내려놓은 채 한 사람의 인생을 축복하는 것 만큼 값진 일도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친구의 결혼을 통해서 내가 그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일 또한 진짜 어른의 기준이 아닐까. 감정에 충실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그리고 그 감정을 해석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분명 보다 멋진 어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감정을 느끼게 해 준 그날에 감사하며 결혼한 친구에게 고맙다. 앞으로 멋진 결혼 생활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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