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삿포로 - film ver.
한동안 일을 쉬고 있다가 여름이 끝 나갈 즈음 불안함에 덜컥 회사에 들어갔다.
출근 날을 회사와 조율하던 차에 아쉬웠던 지난 여행과 여름의 북해도가 생각나 출근을 미루고 북해도 동쪽으로 다녀오기로 했다.
몇 해 전 겨울이었던가, 친구와 계획 없이 덜컥 북해도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하고는
여행사를 다니고 있던 지인을 통해 렌터카와 료칸, 호텔을 예약하고는 북해도의 서쪽을 여행했다.
일본 여행이 처음이 아니지만 그래도 북해도는 처음이었고 넓은 지역을 편하게 다닐 생각으로 렌트까지 했었다. 이동거리는 생각보다 엄청났고 그 덕에 나는 피로회복제를 먹으면서까지 운전을 했던 기억이 났다. 너무나 가고 싶었던 하코다테를 갔으나 무리한 일정 탓이었을까 천천히 둘러보지 못해 뭔가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여행이었다.
이번에는 혼자 가는 여행이고 가볍게 다녀오자는 생각에 아무 일정도 없이, 호텔 예약도 없이, 렌트도 없이 (생각해보면 제정신이 아닌 듯;) 백팩에 짐을 쑤셔 넣고는 공항으로 출발했다.
수화물 짐이 없다 보니 용량이 큰 내 화장품들은 모두 출국거부를 당하고 (비행기 시간 촉박한데) 뛰어 뛰어 힘들게 비행기에 몸을 싣고 삿포로로 향했다.
전에 왔을 때는 렌터카를 공항에서 빌렸지만 이번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삿포로역까지 기차로 이동,
삿포로 역에 내려서는 비에이까지 가는 여름 한정 기차표를 구하고 나니, 배도 고프고 백팩도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난번 여행에서 차로 이동을 하다 보니 삿포로 시내 구경을 제대로 못했던지라 걸어가기로 했다.
숙소가 있는 스스키노까지 걸어가는 길에는 북해도 구청사가 있어 들러보았다. 예쁘게 정리된 연못들과 함께 붉은 벽돌(赤レンガ)로 지어져 있어 (빨간 벽돌 청사라는 별칭이 있음) 현재의 시간과는 다른 공간에 온 듯했다. 가방이 무거워 잠시 가방을 내려놓고 벤치에 앉아 쉬었다.
아무래도 여름 피크 시즌(후라노 라벤더 축제, 삿포로 맥주 축제 등)이 지난 터라 거리는 한산했지만 구청사 안의 공원에는 외국인들과 나이가 많은 주민이들이 꽤나 많았다. 구청사 안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해서 들어가 보았다.
청사를 다 돌아보고 나니 몸이 천근만근, 구글맵을 확인하면서 숙소로 향했다.
일본은 가깝기도 하고 아무래도 언어적인 부분이 편하다보니 자주 다니고 있다. 대부분 지방의 작은 도시들로 다니고 있다. 도시에서 풍기는 아기자기함, 타지인에게도 너그럽고 정 많은 사람들, 그리고 좀 더 일본다운 거리의 모습들 때문에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들 보다 지방의 작은 도시들을 좋아한다.
잘 정돈이 되어있는 거리, 자전거로 이동하는 사람들, 노면으로 다니는 전차, 뒷분이 자동으로 열리는 택시, 멋스러운 어르신들의 모습......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커피도 한잔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다시 나갔다.
겨울도 아닌데, 생각보다 해가 일찍 지는 느낌이었다. (북쪽이라 그런가...;)
아마도 이 날 저녁은 스아게의 스프커리였다. (가장 매운맛으로 먹어도 맵지 않은...) 어두워지면 필름 카메라는 아무래도 힘들어 이때부터는 디지털로만 촬영을 했다.
이렇게 하루의 여정이 끝났다. 다음 날은 쾌속열차를 타고 아사히카와로 이동해서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거기서 2량짜리 기차를 갈아타고 비에이로 갈 예정이라 일찍 자야 했지만, 역시나 혼자 술을 잔뜩 먹고 취해 잠들었다.
- 다음 편 : #2 아사히카와, 비에이 언덕 자전거 투어
*PS - 음식 사진들이 꽤나 많은데 나중에 음식만 따로 모아서 게시해볼까요? (아마 보면 힘들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