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시스템
리더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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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팀장님들의 좌충우돌을 막고, 팀을 바라보는 혜안을 돕고자
이제부터 '리더의 시스템'이라는 테마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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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의 팀장들과 워크샵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팀장 보임 이후 몇 년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팀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의도적인 세팅이 필요합니다.
팀의 안팎 상황, 당면한 전략과제 등에 맞춰서 구조화해야 합니다.
팀 셋팅은 최대한 초반에 해야 합니다. 왜 초반이 중요할까요?
한참 지나면 팀의 모든 활동에 관성이 붙습니다.
그러면 변화를 꾀하기가 정말 어려워집니다.
마치 오래된 배관을 갑자기 바꾸려니 여기저기 문제가 생기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도 가능하다면 부임 초반에 말입니다.
신임 팀장이 본인이 맡은 팀을 시스템의 관점으로 보는 눈이
가장 먼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여왕개미는 어떻게 군체를 만들까요? (군체가 시스템과 같습니다)
리더의 시스템 구축을 '여왕개미의 활동'에 비유해보겠습니다.
여왕개미는 개미 집단의 번성과 생존을 책임지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1단계. 결혼 비행 시기
번식기 동안 수컷 개미와 교미를 합니다.
이것을 '결혼 비행(Nuptial flight)'이라고 부릅니다.
2단계. 둥지 만들기
교미를 마친 여왕개미는 땅으로 내려와
둥지를 찾거나 만들기 시작합니다.
3단계. 직접 노동하는 시기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나옵니다.
여왕개미도 처음에는 스스로 땅을 파고 모진 일을 다 합니다.
첫 번째 알을 낳은 후,
그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 애벌레와 번데기를 돌보는 일까지
똑같이 합니다. 마치 일개미처럼 행동합니다.
4단계. 시스템 구축 시작
하지만 첫 세대 일개미가 부화된 이후부터는 달라집니다.
먹이를 구하는 일을 일개미에게 맡깁니다.
새끼를 돌보는 일도 맡깁니다.
단계적으로 하나씩 위임합니다.
5단계. 역할의 전환
마지막에는 자신은 오로지 알을 낳는 역할에만 전념합니다.
주기적으로 알을 낳으면서 군체의 크기와 건강에 맞춰 조절합니다.
6단계. 지속적인 관리
군체가 성장하면 더 많은 알을 낳아 군체의 크기를 늘려갑니다.
여왕개미의 단계적인 모습, 이것이 바로 리더가 해야 할 일입니다.
리더는 팀이 시스템으로 완성될 때까지는 직접 손발로 뛰어야 합니다.
시스템을 머리로만 구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시스템이 구축되고 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는 이 시스템을 유지하고 조절하는 역할로 전환해야 합니다.
다양한 활동들을 위임하고 전체를 통솔하며 상황에 맞게 시스템을 조절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솔선수범을 "리더가 모든 것을 직접 한다"로 오해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초반에는 모범을 보이되,
구성원이 움직이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솔선수범입니다.
이제 리더에게 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시스템은 ‘구조(structure)’입니다.
팀이 구조를 갖춘다는 것은 업무가 진행되는 상태를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커피숍 사장님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커피숍을 이끌어가려면 자본만 투자해서는 안 됩니다.
사장님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 메뉴별 원가율은 어떤 수준인지
- 어떤 시간대에 어떤 손님이 방문하는지, 그들이 어떤 주문을 주로 하는지
- 요일과 시간대별로 필요한 아르바이트 학생 수는 몇 명인지
이런 것들을 알아야 커피숍 관리가 가능합니다.
리더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을 직접 수행할 수는 없지만, 핵심 사항 정도는 간파하고 있어야 합니다.
- 우리 팀의 주요 업무 구조는 무엇인지
- 업무 흐름은 어떻게 되는지
- 누가 무엇을 수행하고 있고 개개인은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 성과의 장애요인은 무엇인지
이것을 장악하고 있어야 팀을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습니다.
구조를 알아야 즉흥 대응이 아닌,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합니다.
더불어 리더보다 뛰어난 전문가도 통솔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이 있으면 본인보다 전문성이 높은 구성원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전략기획팀에서 일하는 변리사
- 특정 분야 최고 전문가
- 리더보다 경력, 업력이 많은 시니어
이런 분들의 세세한 전문 영역을 리더가 다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있으면 가능합니다.
업무의 본질을 파악하고, 주요 업무 방식과 흐름을 이해하고
원하는 결과를 명확히 하면 됩니다.
그리고 전문가가 수행한 결과물의 신뢰도는
그 업무의 직접 고객에게 의견을 들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할 줄은 몰라도 볼 줄 아는 리더가 되어야 전문가를 통솔할 수 있습니다.
리더가 시스템을 보게 되면
팀의 흐름과 전체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줌 아웃)
필요에 따라 깊숙이 파고들 수도 있습니다 (줌 인)
리더는 시스템을 통해서만 팀에 대한 줌 인, 줌 아웃을 넘나들 수 있습니다.
상황에 맞춰 관리를 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리더가 줌 인(Zoom In)으로만 일관하면
- 많은 세부 과제에 압도됩니다.
- 사물과 사건을 개인적 성향으로 해석합니다.
- 프로세스가 없고 예외사항이 많습니다.
- 그럴듯해 보이는 제안에 쉽게 유혹당합니다.
- 기본 원칙 없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로만 결정합니다.
이런 리더는 눈앞의 일에 전전긍긍하면서 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합니다.
줏대 없는 마이크로 매니저가 됩니다.
리더가 줌 아웃(Zoom Out)으로만 일관하면
- 계획이나 프로세스의 변수를 무시합니다.
- 전사 차원의 큰 과제만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 대대적인 조사와 분석을 거쳐야만 결정을 내립니다.
- 구성원의 심리 상태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이런 리더는 방임형입니다.
조직의 대의명분에만 몰두한 나머지,
실전의 어려움을 모르는 뒷짐 진 선비와 같습니다.
리더는 줌 인과 줌 아웃을 유연하게 전환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역시 팀에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리더가 팀의 구성 요소와 상호작용, 인풋과 아웃풋의 연결 구조를 이해하면
상황에 따라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이 잘 갖춰진 팀에서는 리더가 상황에 맞춰 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목적을 가진 긴장감'을 부여하여 팀 사이클을 빠르게 가속시킬 수 있습니다.
‘쉼과 휴식’을 제공하여 특정 시점에는 느슨하게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애자일(Agile)'이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애자일은 업무 순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목표 수립 → 전략 → 실행 → 결과 확인’을 1년 단위로 했습니다.
지금의 시대에는 너무 느리죠. 그러면 이런 부작용이 생깁니다.
- 목표 대비 결과를 확인하는 주기가 길어집니다.
- 문제나 실행의 걸림돌을 개선하는 것도 느려집니다.
- 한참 후에 실수를 발견하면 시간과 자원을 낭비합니다.
이제는 이 사이클을 2~3개월 단위로 축소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야 가볍고 빠르게 목표나 전략, 실행을 조절하면서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습니다.
묵히지 않고, 적체시키지 않으면서 최적화를 찾아가는 것,
이것이 애자일입니다.
이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애자일은 회사의 전략팀에서만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리더가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일입니다.
어떤 리더는 애자일을 "빨리빨리 일해!"로 오해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애자일은 개인의 업무 속도가 아니라
팀의 업무 순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 같은 리더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리더는 팀 이라는 시스템의 순환 과정을 끊임없이 지켜보고, 실시간으로 최적화합니다.
팀의 빠른 실행 사이클 속에서
- 리더의 현장 이해도가 빨라집니다.
- 무의미한 목표를 빨리 폐기할 수 있습니다.
- 불필요한 방식을 즉각 조절할 수 있습니다.
애자일은 팀과 개인의 성과 창출 방식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개선하면서 가볍게 만드는 것입니다.
시스템이 있어야 이것이 가능합니다.
팀이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시작하면, 리더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리더는 팀을 개선하고 강화하는 작업을 하게 되며
더 나아가 팀을 더욱 견고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듭니다.
여왕개미처럼 진짜 역할을 보여주는 겁니다.
리더가 너무 널널해도 안 되지만, 여유가 없으면 더 안 됩니다.
리더는 시스템을 관리하면서 스스로 여유를 만들어내고,
직접 수행자가 아닌 코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신수정 님의 책 『리더의 격』에서 말하는 프로스포츠 팀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
- 목적과 결과물이 명확하고, 성과 측정 체계가 고도화되어 있음
- 사람들이 언제든 이동한다는 가정 하에, 새 사람이 와도 시스템 안에서 움직임
- 구성원들은 자신의 동기와 역량에 대해 스스로 책임짐
-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음
- 리더는 코치로서 역할을 수행함
명확하고 합리적인 성과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구성원들이 자기 역할을 정확히 인식하고 스스로 노력하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리더의 시스템입니다.
시스템이 견고해질수록 리더는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며 리더는 더 현명해지고, 사람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팀과 구성원을 효과적으로 코칭할 수 있습니다.
1장 마무리
지금까지 우리는 리더가 왜 원맨쇼에서 벗어나야 하는지,
주먹구구식 리더십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왜 시스템이 필요한지를 살펴보았습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리더는 혼자 다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팀이 스스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그 시스템 안에서 사람들이 성장하도록 돕는 사람이 리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