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지 마라 하게 하라
기업에서도 정규직 사원을 채용하지 않고
부서의 낮은 난이도의 업무를 시키기 위해
‘알바(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알바는 서류정리, 우편물 전달, 오타 수정 및 편집, 서류복사, 창고정리 등
난이도를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사전 경험을 요하지 않는 일들을 수행합니다.
이들은 일정기간의 계약기간 동안의 고용관계만 형성되며
처음에 계획했던 분량의 일이 종료되는 동시에 근로관계가 종료됩니다.
이러한 ‘알바’ 는 조직차원에서는 순수하게 ‘활용의 대상’입니다.
업무를 지시할 때에도 단순한 업무만을 지시하기도 하거니와
충분한 업무에 대한 배경과 일의 목적 등을 설명하지 않아도 무관합니다.
‘알바’ 또한 그 이상의 무엇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알바’는 육성의 대상이 아닌 것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알바’가 아니고 ‘후배’라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후배에게 일을 맡길 때에는
‘알바’를 대할 때처럼 아무거나 막 시켜서도 안되고
일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부연하지 않으면서 일을 시켜서도 안됩니다.
후배들은 닥치는 대로 일을 던지고 해내라고 닦달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후배들은 선배와 함께 일을 해 나가는 파트너이자,
결국에는 선배의 높은 성과를 함께 만들어 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여겨야 합니다.
후배는 결국 현재 선배인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을
가까운 미래에 대신 해내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나증에 선배가 임원, 본부장이 되었을 때에
자신을 탄탄하게 받쳐 주는 든든하고 믿을 수 있는 팀장이 되어줄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보면 후배라는 존재의 무게감이 자체가 달라집니다.
기필고 키워내야 하는 대상인 겁니다.
그러므로
후배를‘일을 통해서 자존감(自尊感)을 느끼는 존재’로 보는 사람만이
진정 훌륭하고 존경 받는 선배이자 리더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해하지는 마십시오.
이는 주니어급의 후배들에게 부서의 허드렛일을 시키지 말라는
이야기가 절대로 아닙니다.
신입사원이 부서에 배치되면,
부서의 막내로서 의례히 해야 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습니다.
조그맣지만 팀의 성과에는 다 소중한 일들입니다.
오류가 있어서도 안되고, 그 일이 등한시 되어서도 안됩니다.
작은 일들이라도 그냥 ‘툭’ 던지고 아무런 설명 없이 시키지 말고
그 일의 의미를 공감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아무리 부서의 허드렛일이라 하더라도
이를 일방적으로 싫어하고 거부하는 후배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제가 기껏 복사하고 제본 뜨려고
지금까지 미친 듯이 공부하고 입사시험 준비했나 싶어요“라고
불평하는 후배들이 많이 있습니다.
복사하는 것을 요청받을 때
선배를 통해 “이 자료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고
어떤 사람이 무엇을 위해서 이 자료를 검토하는지“만 알게 되어도
후배는 덜 불평합니다.
오히려 호기심을 가지고 자기 것도 한 부 더 복사해 두고
나중에 밑줄치며 공부합니다.
대형 식당의 주방보조로 입사한 신입직원에게
“너는 그냥 조용히 설거지나 해“라고 하는 말은
너무 거칠고 공격적으로 들립니다.
설거지 업무를 지정해 주는 선배에게
“식당 주방에서 설거지를 담당하는 역할이 있어야
다른 사람이 재료를 다듬거나 조리하는 데에 더 몰입할 수 있다“말을 들은 후배는
어떤 그릇을 먼저 설거지할지 전략을 짜고 더 잘하기 위해 고민을 시작합니다.
그냥 ‘알바’나 ‘일용직 근로자’에게 일 시키듯이
아무런 설명과 배려 없이 일을 던지듯이 주는 것이
팀의 화근(禍根)된다는 것을 선배는 인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