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지 마라 하게하라 중에서
직장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모두 상하좌우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임원에서 팀장으로
관리자에서 실무자로
선배에서 후배로
일이 연결되고 넘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수가 잦습니다.
런던비즈니스 스쿨의 줄리언 버킨쇼 교수의
이야기를 먼저 보십시오.
"인간은 작은 부족 단위에서 수렵하고 채집하며 사는 데 적합하게 진화했어요.
그 결과 인간은 위험을 기피하게 됐죠. 위협을 느끼면 화를 냅니다.
인간은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해요.
그래서 권한을 남에게 맡기지 못합니다.
이는 수천 년 전에 형성된 자연적 본능입니다
권한위임(Delegation)의 행동은 인간의 본능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울 수 없는 행동(Unnatural Act)입니다.”
이처럼 사람은 본능자체가 업무지시를 잘 하지 못하게 되어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선배가 되면
누구나 처음부터 업무지시를 잘하지는 못합니다.
당연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좋은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점차 나아지면 되고 어제보다는 조금 더 좋아진 업무지시를 할 줄 아는 사람으로 바뀌면 됩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업무지시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선배는 본인의 노력과 태도의 문제입니다.
바뀌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 선배에게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좋은 업무지시는 선배의 노력과 성찰이 필요한 리더십영역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지요.
바쁘다는 핑계로 급하다는 변명으로 막 시켜서
후진 업무지시가 여기저기에서 창궐합니다.
조직 내 일상에서 빈도가 매우 높지만
효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리더십 행동이 바로 업무지시입니다.
이러한 나쁜 상황이 자꾸 벌어지는 이유는
좋은 업무지시 행위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에 기인합니다.
사람은 행위의 기준이 없으면
그동안 봐왔던 내 선배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합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른 채 타인의 행동을 답습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입니다.
이것을 심리학 전문용어로는 ‘거울효과(Mirroring)’ 라고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악습이 대물림되고 문화와 되어서
나쁜 업무지시의 문화가 방치되고 더욱 강화됩니다.
그렇다면
좋은 업무지시를 시도 하고자 하는 선배에게는 두 가지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래 알겠어... 그러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리고 하나 더는
“그래 알겠어... 그러면 어떤 행동을 하면 안되는가?”일 겁니다.
결국 좋은 선배가 되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업무지시 행동이 무엇인지,
바람직하지 못한 업무지시 행동이 무엇이지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잘못된 것을 알면 앞으로 그 행동을 덜 합니다.
업무지시에서 피해야 할 선배의 행동
‘업무지시의 Don’t List’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제부터 제시되는 총 18가지의 나쁜 업무지시 상황을 읽어 보시면
기존에 본인이 겪었던 직장생활 속 나쁜 기억까지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 본인영달추구를 위한 과제일색
- "이걸 해내야 내가 다음 승진심사에서 빛이 날거야"
- 조직의 성과, 고객만족과는 거리가 먼 본인의 영달을 위한 업무 만들어내기
- 최고 경영진에게 알현하기 위해 과제추진하기
■ 늘 바쁜 리더, 놀고 있는 팀원
- "앓느니 죽지, 차라리 그냥 내가 할게"
- 집에 못가고 끙끙 머리 싸매고 일하는 리더, 눈치보며 놀고 있는 구성원들
■ 건바이건 업무지시 (무전략 단건업무)
- 거시적인 전략, 전술은 모르고 표면적인 일만 함
- 조직성과에 연관이 없어 보이는 쓰레기 업무의 향연
- '똥에 광내기 ' 업무일색 (문서 줄맞추기, 거래처 확인전화돌리기)
■ '지시/번복/수정' 의 무한궤도
- 즉흥적인 지시 + 결과물 함량미달 + 지시번복 + 노가다'의 연쇄반응
- 이 방식 말고, 다른 방식이 맞아, 다시 해! 내일까지 가능하지?
- 내가 그렇게 시켰었어? 내가 언제? 그럴리가 그렇다면 그때 나를 말렸어야지!
■ 모든 일을 후배에게 (너의 업무는 너의 것, 내 업무도 너의 것)
-“니 일도 니가 하고, 내 일도 니가 하고”
- 개인적인 일까지 업무지시 (사역)
- 본인이 한다고 선언했던 일까지 업무지시 (초반 : 이건 내가 할게 / 후반 : 이것도 니가 해라)
■ 스타 플레이어 1명, 나머지는 쭈그리 만들기
- 광나는 일만 도맡아 하는 1명과 바닥 깔아주는 나머지 구성원들 (병풍세우기)
- (스타플레이어인 후배의 마음 속)
“이놈의 회사는 일을 잘하면 보상을 줘야지 일을 더 주고 있어”
■ 하던 놈 계속 시키기 (일명 말뚝세우기)
-“새로운 사람에게 시키면 뭔가 불안하고 신경쓰여... 기존에 하던 사람이 해야 내가 편하지”
- 동일한 업무만 몇 년 째 무한반복
-“작년에 했던 일은 당연히 올해도 기본으로 깔고 ~ ” (달팽이처럼 일이 시간이 갈수록 늘어남)
■ 상대 간보기, 충성도 테스트
- 팀 회의 중에) 허공에 업무던져서, 지원자 받기
"이거 해보고 싶은 사람!"
-“OO 아이디어가 좋은 거 같던데, 김대리는 어떻게 생각해?”
(후배의 마음 속)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 습관적, 고질적 카톡/메신저 지시
- 습관적인 카톡 업무대화 (주말, 야간 포함)
- 스피드 경영, 소통경영이라는 명목 하에 팀 단체 카톡방에서 업무지시
- 모두 출근해서 자리에 있는 상황인데도 팀 카톡방으로 대화시작 (소리없는 무의미한 소통)
■ 설사하기 (경영진 or 상위 리더의 지시사항 그대로 읊기)
- 시키는 사람도 모르는 채 넘어가는 업무 ('설사’하기)
- 위에서 내려온 지시 그대로 읊어주기
- “나도 몰라, 상무님이 하래”
■ 주절주절~~ (뭔소리야 ㅠㅠ)
- 뒤죽박죽, 두서없는 업무지시 대화
- 그래서 말이야.. 어쩌구 저쩌구, 아,, 맞다.. 그걸 깜빡했네,,, 어디까지 말했지?
-“OO를 해야 하는데... 그런데 이걸 하는 방법은,,, 그런데 이걸 왜하냐면...
그런데 이 자료 봤어?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 SSKK! 시키면 시키는 대로
- 이 일을 왜하는 거죠? 왜 저예요? " 시키면 토달지 말고 그냥 좀 해!!!"
- “나도 몰라, 우리 같은 노비가 뭘 알고 하겠어!“
- “시키는 일이나 잘해, 저번처럼 욕심내지 말고”
■ 아이디어 내면 그 사람 시키기
- “OO건은 김대리가 말했으니... 직접 책임지고 한번 해봐!”
- “'결자해지'라고 말한 사람이 하겠다는 거 아니었어?”
- (후배의 마음 속) 회의 중에 개선아이디어 내면 결국 나만 손해 ㅠㅠ
■ 항상 촉박 + 엄청 채근
-“내일까지 상무님 보고 해야 하는데... 미안한데 지금 당장...”
-“지금 바로 보내봐, 얼마나 됐어? 지금까지 한 거 가져와봐”
-“오늘 밤 늦게라도 좋으니 메일로 보내”
■ 누가 누가 더 잘하나! 경진대회 시작
-“OO업무는 김대리, 박대리가 따로따로 해봐. 둘 중에 잘 된 것을 골라서 상무님한테 보고할 테니...“
- 팀 내부 자체 경진대회 시작
■ 시키고 방치 + 뒷북 작렬
- 시킬때는 급한듯이, 일하는 과정은 방치, 무관심
-“이거 봐,,, 잘못됐잖아! 이건 이렇게 했었어야지~ 저건 저렇게 했었어야지~ “
- 사후약방문형 코멘트 “나 같으면 이렇게 했을텐데 말이야...“
- “아이구야~~ 지금까지 고작 이거 한거야?”
■ 내 마음을 맞춰봐!
- 글쎄... A는 아니야! 다시 검토해 봐
글쎄... B도 아니야! 그냥 C로 해
- (후배의 마음 속) 이미 결정된 사항이 있었으면 미리 말을 해주지 ㅠㅠ
의중과 방향이 있으면 미리 좀 말해주세요.
■ 직급, 능력과 상관없는 업무배정
- (후배의 마음 속) 차장이 할 일이 있고, 대리가 할 일이 있을진대...
- (후배의 마음 속) 이 짬밥에 이런 허드렛 일을 하는 게 창피하다!
- (후배의 마음 속) 신입사원이 본부KPI를 수립하는 게 말이 되나요?
지금까지 제시된 18가지 나쁜 업무지시 상황들을 보시면
아마 다른 세상 이야기 같지 않을 겁니다.
늘 겪어 왔던 우리의 일상인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러한 나쁜 업무지시의 상황은 왜 발생할까요?
왜 몇십년째 반복되고 있는 나쁜 업무지시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원인부터 알아야 합니다.
나쁜 업무지시의 병폐 속에 있는 원인을 살펴보면 아래의 7가지 항목이 문제였습니다.
1. 리더 마인드 부재
후배 육성의 마음이 없으며 후배와 자신은 ‘성과파트너’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사용하는 존재라고 여기는 선배
또는 내가 더 잘할 수 있다고 우쭐대는 실무자 마인드가 가득한 선배
2. (사전) 과제맥락 이해/검토 부재
해당 업무의 배경이나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하지 못한 선배
그냥 무턱대고 만나서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하는 선배
3. 적절인물 지목의 문제
누가 이 업무를 해야 최선일까 고민하지 않고 쉽고 만만하거나, 자주 접하는 후배만 시키는 선배
4. 대면성 부족
직접 소통하지않거나 우회의 방법으로 업무를 지시하거나
상호교감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업무지시 대화를 하는 선배
5. 사전 계획성 부족
업무의 큰 그림이 없이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대로 부스러기 같은 업무를 마구잡이로 던지는 선배
6. 업무지시 내용의 구체성 부족
내가 알면 후배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뭉뚱그려서 지시하는 선배
7. 업무의 의미(Meaning) 전달 부족
이 업무가 왜 조직성과에 중요한지
실무자인 후배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려주지 않고,
그냥 내가 하라면 너는 해야 한다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선배
지금까지 소개한
7가지 선배의 문제행동이 바뀌지 않는다면
나쁜 업무지시의 상황들은 계속 발생하고 지속적으로 반복됩니다.
그리고 이 문제행동들은 서로 나쁜 영향을 강화시키면서
우리 일상의 업무지시의 장면을 점차 흑화(Devilization) 시킵니다.
선배의 문제행동이 실제 나쁜 업무지시 상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아래의 그림으로 정리했습니다.
서로 어떤 인과관계있는지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나쁜 행동이 무엇이고 왜 나쁜 것인지를 아는 것 부터가 리더십 개선의 시작입니다.
이번 챕터에서 소개한 나쁜 업무지시 행동과 상황 중에서 뜨끔한 것이 있다면 이제부터 멈추면 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점점 좋은 선배가 되어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