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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에도 각자의 방식이 있음을

저마다의 스티일로 주고받는 삶

by 차돌


카페를 열며 주위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내가 청해서 받은 도움도 있었지만 청하지 않았는데 받은 도움도 많았다. 꽤 오랜 시간을 먼저 연락하지 않는 스타일로 사람들과 교류해 온 나로서는 무슨 인복을 이렇게 타고났나 싶어 감개무량한 날들이었다.


어떤 친구들은 현금 지원을 해줬다. 상당한 액수라 여기저기 요긴하게 가게&가계에 보탤 수 있었다. 어떤 친척들은 큰 화분을 보냈다. 그래도 역시 개업 축하 금전수니 행운목이니 있어준 덕에 매장 분위기가 밝아졌다. 또 어떤 친구는 액자 선물을 줬고, 어떤 친구는 1잔 시켜서는 10잔 가격을 카드로 긁어서 매상을 올려줬다. 회사 동료들을 우르르 데려온 친구도 있었다. 그 밖에도 어떤 형들은 벽시계며 휴지통을, 어떤 여성들은 핸드워시며 방향제를 선물해 줬고, 어떤 동생은 멀리서 찾아와 영수증 리뷰며 인스타 홍보를 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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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돌이켜 보면 괜스레 웃음이 난다. 지인들이 저마다 카페에 들러서 준 도움이 제각각이라 고맙고도 신기한 마음이 들어서다. 심지어 다 같이 친한 친구들조차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거였다. 나이가 좀 들어서 그런가, 딱히 주위에 기대거나 기대하지 않으려고 얼려버린 마음을 이 사람 저 사람 드나들며 녹여버린 기분이었다.


경조사든 대소사든 이러한 일들을 겪어나가며 깨닫는 게 있다. 뻔한 말로 풀자면, 세상은 결코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란 사실이다. 내가 작정하고 건넨 도움을 다음번에 돌려받지 못할 수 있기에 때때로 불공평하게도 느껴지는 세상사이지만, 작정하지 않아도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건네온단 점에서 세상은 대체로 공평하단 안도감을 얻는 게 우리의 삶 아닐까?




아... 글 말미에 문득 흔한 연말 시상식 장면이 떠오른다. 늘 곁에서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가족, 친지, 연인... 빠짐없이 나열하느라 진부하기 짝이 없는 축사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다. 이참에 늘 내 곁을 지켜주는 고마운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거듭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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