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봄
날이 풀렸다 말았다 반복하더니 기어이 3월은 왔다. 여전히 아침저녁으로 쌀쌀해도 불과 1주 전 2월의 어스름과 달리 3월 하늘은 화창하다. 마치 사진의 채도를 15%쯤 높여 보정한 것처럼 주위 모든 것들의 색에 생기가 더해진 것이다.
카페를 연 지도 벌써 한 달이 되었다. 아침에 가게 문을 열고 커피 머신이며 디저트 세팅을 하는 손길이 제법 능숙해졌지만 기분은 여전히 새롭고 산뜻하다. 갓 내린 커피 향을 맡으며 오늘도 힘내보자며 스스로 건네는 다짐에는 설렘과 기대가 묻어있다.
"어머, 베이커리가 많아졌네~"
"여기 파이도 있다. 이건 먹어 봐야지~"
카페를 새로 찾는 손님들의 반응이 정겹다. 오픈 후 한 달간 발전해 온 덕인지, 3월을 맞이한 덕인지. 어느 쪽이든 반갑고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의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졌다. 패딩을 벗은 남학생의 맨 팔뚝이 반팔 티셔츠 밖으로 힘차게 뻗었고, 아주머니의 코트 안으로 하늘거리는 핑크빛 니트가 화사하다.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일하는 난 그런 손님들이 혹시나 덥지 않을까 신경 쓰며 매장 히터의 바람 세기며 온도를 조절해 본다.
아이스 음료를 시키는 분들의 비중도 늘어났다. 따아 대신 아아를, 차 대신 에이드를 주문하는 분들이 많아진 것이다. 스쿱으로 제빙기 얼음을 퍼내던 나는 생각한다. '봄여름엔 훨씬 바쁘겠구나.' 달그락, 하고 각얼음이 컵에 부딪는 소리 역시 봄을 알리는 듯하여 3월이 실감 나는 카페다.
그러고 보니 얼음같이 차갑던 이들의 얼굴엔 예전과 다른 온기가 피어났다. 카페 주인으로서 응당 갖춰야 할 친절을 보였다 해도 돌아오는 응답이 없으면 섭섭하기 마련이었는데, 전에 없이 방긋 웃으며 인사하는 분들 덕에 마음 따뜻해지는 3월이다.
2월의 눈발이 겨울의 미련 같았다면 3월의 햇살은 봄의 재촉과도 같다. 어느 화창한 3월의 카페에서, 완연한 봄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난 겨울을 또 완전히 떠나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