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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승진변호사 Oct 18. 2021

교통사고 형사합의 반드시 해야 할까?

법률 이야기(4)

얼마 전 형사합의와 민사합의의 차이에 대한 글을 쓰면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형사합의와 민사합의가 동시에 이루어지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대표적인 것이 교통사고 사건이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모든 교통사고 사건에 형사합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민사상 배상 외에 따로 형사합의가 필요한 경우들이 있는데,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조심해서 운전을 하더라도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교통사고 사건에서 과실비율이 100대0인 사고는 매우 드물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크게 다치지 않는 교통사고까지도 모두 형사처벌을 해서 전과자를 양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고려에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라는 법이 제정되게 되었다. 참고로 간혹 ‘경미한 교통사고라면 벌금형으로 마무리될 텐데 웬 전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징역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비해서 불이익은 적지만 벌금형도 모두 전과기록이 남는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서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해자가 자동차 종합보험(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이 아닌 대인배상II를 포함하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거나 피해자와 합의가 되면 처벌을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아무리 조심해서 운전을 하더라도 사고를 낼 수 있으니 보험을 통해서든 합의를 통해서든 피해자의 피해를 모두 배상한 경우에는 굳이 처벌하지 않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예외 사유가 있다.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중앙선 침범이나 신호위반 같은 12대 중과실에 해당하는 경우, 뺑소니나 음주측정거부의 경우, 그리고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은 경우이다. 이때는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피해배상이 이루어지더라도, 즉 보험회사를 통해서 민사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처벌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때 중상해의 경우는 다른 경우와 차이가 있다. 종합보험 가입만으로는 처벌을 면할 수 없지만 피해자와 합의가 되어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에는 처벌이 되지 않는다. 즉, 형사합의가 이루어지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형사합의가 필요한 경우 두 가지는 정리가 된 셈이다. 


첫 번째는 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이다.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다면 처벌 없이 마무리 될 만한 사안인데 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서 전과자가 될 위기에 있는 경우라면 형사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는 책임보험에서 배상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민사합의를 함께 진행해야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종합보험 가입여부와 무관하게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은 경우이다. 종합보험에 가입하였지만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은 경우에는 형사합의를 해야만 처벌을 면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을 통한 민사상 배상과는 별개의 형사합의가 필요하다.  


그럼 이 두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 또 어떤 경우에 형사합의가 필요할까?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처벌은 되지만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한 경우에 형사합의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피해자가 사망한 사고, 12대 중과실 사고 혹은 사고 후에 뺑소니나 음주측정 거부를 한 경우이다.


물론 형사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다른 요소들을 최대한 주장·입증해서 선처를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있는 형사사건에서 합의는 처벌 수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한 합의는 어떤 경우이든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일까? 


사실 형사처벌 수위는 당연히 낮추는 게 좋으니 합의를 할 수 있다면 하는 것이 좋겠지만 문제는 피해자가 얼토당토않은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이다. 


형량은 가해자의 전과 유무나 반성 여부, 재범방지 노력 여부나 피해자의 과실 유무 혹은 사고의 내용 등에 따라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건의 내용 없이는 예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만일 당신이 교원이나 공무원, 군인이라면 벌금형보다 무거운 형을 받게 되면 법률의 규정에 의해서 직업을 잃게 되고 연금도 감액된다. 소청심사나 민사·행정 소송 어떤 방법으로도 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리고 공기업, 사기업을 불문하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의 회사원이라면 사내 인사규정이나 취업규칙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징계해고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경우에도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을 받게 되면 직업을 잃게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를 들어보자. 운전을 하던 중 신호위반으로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다. 나는 과거에 이런 사고를 낸 적이 한 번도 없고 피해자는 전치 2주의 염좌를 입었다. 그런데 피해자가 “신호위반 사고니까 합의 안하면 콩밥 먹을 줄 알아라.”라고 한다.


합의 안 해도 된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콩밥은커녕 벌금형으로 마무리 될 것이다. 


그런데 면허취소 상태의 음주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신호대기 중에 깜빡 졸아서 앞차를 살짝 박았다. 음주상태가 아니라면 그냥 보험처리하면 그만이지만 피해자가 술냄새가 난다고 경찰에 신고를 하고 2주짜리 진단서를 냈다.


당신이 자영업자라면, 그리고 상대방이 요구하는 합의금이 너무 부담스럽다면 합의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앞서 말한 직업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에서는 합의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위와 같은 경우에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상)의 죄가 성립할 수 있는데 초범이어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경우에 대해서 이와 같이 예를 들어서 설명할 수 없는 게 안타깝지만 큰 틀에서 이야기 하자면, ①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②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피해자가 중상해인 경우 처벌을 면하기 위해서는 형사합의를 해야 한다. ③그리고 구속이 될 수 있는 상황이거나 ④구속이 되니 않아도 처벌 수위에 따라 직업을 잃게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형사합의가 필요하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물론 사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에서 별도의 사죄금을 지급하고 싶은 경우에도 형사합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고.


*중상해인지 여부는 진단 주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진단 주수가 길어도 아무런 후유증 없이 완치될 수 있다면 중상해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진단 주수(=치료 기간)는 중상해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되는 요소에 불과하다. 


** 금고형은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징역형과 달리 강제노역이 부과되지 않는 형벌이다. 따라서 징역형은 금고형보다 무거운 형이다. 금고형은 주로 과실범에게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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