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이야기(3)
형사사건에 연루된 경우에 처벌을 피하거나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서 합의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형사사건에서 ‘합의’라고 하면 가해자는 합의된 액수의 합의금을 지급하고 피해자는 사건에 대해서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異議)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약속을 하는 것이다. 민사적인 부분과 형사적인 부분 모두 분쟁 없이 원만하게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민사합의(民事合意)와 형사합의(刑事合意)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럼 정확히 민사합의는 무엇이고, 형사합의는 무엇일까?
먼저 민사합의에 대하여 이야기해보자.
범죄를 저질러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히게 되면 당연히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불법행위책임(不法行爲責任)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불법행위 책임은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는지 안 받는지와 별개의 문제이다.
이와 같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에는 신체에 대한 치료비, 물건에 대한 수리비는 물론 불법행위로 인해 줄어들거나 없어진 수입, 정신적인 고통에 대한 위자료도 포함된다. 또 실제로 배상금을 지급할 때까지 법정이자도 지급해야 한다.
만일 가해자가 “나는 배상 못하겠다. 그냥 교도소 가겠다.”라고 한다면 어떡해야 할까?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피해자는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 가해자에게 배상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소송 없이, 가해자는 배상금을 지급하고 피해자는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민사합의이다.
다음으로 형사합의에 대해서 알아보자.
형사사건에서 피해자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가해자가 많이 반성하는 것 같고 진심으로 사과도 했으니까 용서하고 싶어요.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습니다.”라고 하는 경우와 “저 놈 때문에 저는 너무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사과조차 없어요. 아주 엄하게 처벌해주세요.”라고 하는 경우에 어느 쪽이 더 무겁게 처벌될지는 뻔하다.
그렇다면 결국 가해자가 처벌을 면하거나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서는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법적으로 ‘처벌불원(處罰不願)의 의사표시’라고 한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사죄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용서, 즉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받는 것을 형사합의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형사합의는 민사합의와 달리 가해자가 형사합의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통해 돈을 받을 수가 없다. 형사합의금은 법이 정한 배상이 아니라 순전히 사죄의 의미로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 지급하는 돈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부분의 형사사건에서는 민사합의와 형사합의가 함께 이루어진다. 가해자는 배상금과 사죄금을 지급하고 피해자는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고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밝히는 것이다.
그런데 민사합의와 형사합의가 별도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교통사고 사건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이 아니라 대인배상II까지 포함되는 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 피해자의 손해에 대한 배상은 보험회사에서 모두 처리를 해준다. 민사적인 부분은 합의를 통해서이든, 소송을 통해서이든 보험회사가 알아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험회사에서 피해자에게 배상을 완료했다고 해서 피해자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가해자를 용서했으니 처벌을 하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를 해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럴 때 처벌을 면하거나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서 형사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간혹 민사소송으로 배상을 받는 것과 합의를 하는 것이 큰 차이가 있는지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합의금이라는 것은 결국 협상의 결과물로서 정해진 액수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뭐라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법원에서 인정하는 손해배상액은 합의금보다 작은 경우가 많고, 앞서 말한 것처럼 형사합의금(=사죄금)은 포함되지 않는다. 게다가 재판에서 승소판결을 받더라도 가해자가 무일푼이라면 돈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순전히 금전적인 부분만 놓고 본다면 합의를 하는 편이 낫다. 그러나 합의를 하는 경우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감경될 수 있기 때문에 선택은 순전히 피해자의 몫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