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답지 않게 오락가락한 날씨 탓에 옷 정리를 미뤄뒀다.
여름옷과 가을옷, 바캉스에서 입었던 옷, 회사에서 입는 옷이 섞여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를 지경이 되었다.
오늘이 날이었다. 마음을 잡고 옷장을 다 뒤집어엎었다.
오래되어 낡은 옷, 새로 산지 꽤 되었지만, 한 번도 안 입은 옷, 지난 1년간 꺼내보지도 않은 옷, 어딘가에서 얼핏 들었던 '더 이상 설레지 않는 옷'들을 모아 헌 옷 수거함에 내다 버렸다.
얼마나 많이 움직였는지 5평 남짓한 방에서 옷 정리만 했을 뿐인데 손목시계의 걸음수가 7천 보를 넘어갔다.
남긴 옷들을 가지런하게 정리하면서 예쁘게 입을 요령도 없는 게 뭘 그렇게 많이 사재꼈는지 스스로가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옷 정리를 마치고 마트를 다녀오는 길에 한 할머니가 헌 옷 수거함을 뒤지는 모습을 마주했다.
내가 잘 넣어두었던 옷가지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옷을 뒤적여보다 몇 벌을 골라냈다. 그리고 남은 옷들을 다시 헌 옷 수거함에 넣고 있었다.
집에 들어서면서 얼굴에 확 열이 올랐다. 내가 쓸모없다고 던져버린 것들은 아직 그 쓰임을 다하지 못했다. 일순 마음이 무거웠다.
"세상 모든 것은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내 앞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쳤는지 알아차리면, 노력하지 않아도 감사한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그러면 아끼고 검소하게 생활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어리석다. 나는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사는 걸 왜 이리 못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