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인의 일상

찢어진 페이지

by 크리스티나

형제란 참 묘한 관계예요. 한 부모 아래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공유하며 성장한 형제자매는, 세상 누구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만큼 서로 깊은 이해를 기대하게 되고, 바라는 만큼 좌절감을 경험하고, 그러면서 끊어낼 수도 없는. 운명일까요?


제게는 세 분의 오빠가 계셨어요. 과거형으로 말할 수 밖에 없네요. 큰오빠는 제가 고3때, 둘째오빠는 제가 서른두 살때, 그리고 막내오빠께서 2016년에, 각각 세상을 떠나셨어요. 세상에 오는 건 차례가 있어도 떠나는 건 순서가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나이가 들어 죽음을 맞이하리라는 통념은 인간적인 믿음일 뿐, 주변을 보면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갑작스레 떠나는 이들이 많아요.


저는 거의 산골이라 부를 수 있는, 인가도 드문 동네에서 초등1학년 때까지 살았어요. 바로 위에 세 분의 오빠들이 있었기에, 오빠들과 산속을 뛰어다니며 세상 모르고 유년을 보냈어요. 주인도 모르는 무덤에 올라가 소리를 지르며 미끄럼을 탔던 일, 산속을 뛰어다니며 숨바꼭질 했던 추억들, 개구리를 잡으러 다녔던 기억.


많은 일들을 함께 겪어내며 성장했지만, 어느 순간 오빠들이 제 인생의 무대에서 사라져버리는 일들을 경험한거죠. 그것도 세 번씩이나! 마치, 같이 써나가던 책의 어느 페이지를 누군가가 흔적도 없이 찢어가버린 것 같은. 오빠들이었으니 제 인생에 당연히 주어진 선물 같은 존재들이었는데 그렇게 갑자기 데려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어요. 길을 가다 어느 방향으로 몸을 돌리면 그 곳에 오빠가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에 오래 시달렸어요.


어떤 고백은 참, 어려워요. 여느 집안의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좋았던 기억들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 사랑했다는 것은 사실이었고 그만큼 그들의 죽음에 죄책감이 남는 것도 또한 진실이거든요.


과학기술이 발달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한 생명이 오고 또 가는 일은 사람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는 일이라 생각하거든요. 제 이야기책에서 찢어져나간 페이지들은 이제, 정확하지도, 정직하지도 않은 저의 기억 속에만 있어요.


오늘도 오래된 서점의 한쪽 구석에서 책 위에 내려앉은 고운 먼지들을 떨어내다가 먼저 가신 오빠들을 떠올려 봅니다. 환지통을 경험하는 것 같습니다. 끝나지도, 익숙해지지도 않을, 그런 통증 말예요. 그들은 저의 일부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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