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도 갑질하는 손님이 있나요?
서점에도 갑질하는 손님이 있나요?
책방에서 근무하기 시작하자 지인이 제게 던진 질문입니다. 그 분이 유통업계에서 오래 일하셨던 터라 이른바 진상고객이라고 불리는 손님이 서점에도 있는지를 제게 물은거였어요. 대답은, 서점에도 대하기 힘든 손님들이 오십니다. 당연히 말예요.
그 손님들도 책을 읽으실텐데도 무례한 행동을 한다는 말인가요? 같은 분이 제게 물어보신 두번째 질문입니다. 이에 대한 대답도 당연히 그렇습니다. 서점일을 다소 낭만적으로 바라보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서점업무도 노동인 관계로 세상의 다른 분야의 일들처럼 기쁨과 슬픔이 수시로 교차합니다.
책을 좋아하시고 필요해서 책방을 찾는 손님들이 모두 교양있거나 세련된 태도를 가진 사람일 것으로 기대하는 건, 착각이라 봐야겠지요. 책으로도 바뀌지 않는 인간유형이 분명 존재하니까요.
환불이나 교환 시기가 지났는데 억지를 부리시는 분들은 예상보다 많구요. 심지어 한 달 전에 책을 사가셔서 완독을 하시고는, 본인이 원했던 내용이 아니라고 다른 책으로 바꾸어가겠다고 하시는 분을 대했을 때는 정말 황당했어요.
그 외에도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다소 가볍게 대하시는 분들도 변해가고 있는 이 시대에도!, 많거든요.
매장서비스직에서 일하기 전에는 주말이나 공휴일에 외식이나 쇼핑을 즐기는 것이 일주일치 노동을 한 자신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누리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가 수고를 해야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겠지만 가슴 깊이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현재 몸담고 있는 서점에서 저도 주말이나 공휴일에 근무를 하고 있거든요. 물론 직원들이 교대로 쉴 수 있지 않느냐, 라고 하시겠지만, 매장 자체가 휴무를 하는 것과 직원들이 순번을 정해 쉬는 것은 차이가 있어요.
자신이 휴식하고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누군가의 노동이 있어야 된다는 사실이, 인간세상의 진실이기도 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쉼을 누릴 때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저 지나치기 쉬운 사람들인거죠.
서점뿐 아니라 매장 서비스직의 가장 어려운 점이, 감정노동을 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과 장시간 서서 일을 해야 하는데서 오는 육체적인 고단함인 것 같습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에 돌아갔을 때 부은 종아리를 주무르는 것보다 더 사람을 소진시키는 것이 사실은 감정소모죠. 매너가 훌륭한 손님을 만나는 날에는 에너지를 얻게 되지만, 유독 힘들게 하는 고객을 대하게 되는 때에는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한 회의감에 빠지는 순간도 있거든요.
세상은 다양한 측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사람에게는 선한 부분뿐 아니라 악한 속성도 있는 게 사실이잖아요. 그 악한 속성이 자제가 되지 않아 공격성으로 표출하는 사람도 있는 게 현실이구요. 그것도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대상을 향해서 말예요.
그렇다면 힘들기만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도 당연히 그렇지는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직업을 바꾸고나서 만성두통에서 해방되었다는 것과 밤에 비교적 잠을 잘 잔다는 사실이 좋거든요. 쓸데없는 번민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책에 둘러싸여 일할 수 있다는 것.
어느 노동에나 애환이 따르겠지만, 서점인도 수시로 감정이나 기분의 기복을 느끼면서 하루치의 인생을 살아나갑니다.
그런데 저는 긴 인생을 사는 요즘 시대에 할 수 있다면 다른 일도 해볼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라고 생각하거든요. 오늘과 같은 내일이 이어질거라 예상했던 삶에서 이탈해서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지금은 처음 방문하는 매장에 들어가면 그곳에서 움직이고 있는 직원들이 어떤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는지 대강 짐작이 됩니다.
우리의 노동이 우리 자신들을 때로 헤아리기 힘든 슬픔 속에 빠져들게 할지라도, 오늘도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세상의 모든 서점인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