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00] 도전 : 1일 1글쓰기 - 프로젝트 '좋아해'
머릿속에 떠도는 환영을 잡아 눈앞에 현실로 만들어낸다. 이것은 생각보다 뿌듯하고 짜릿하다. 나의 경우 대부분 손으로 만들어 내는 것들로 간단한 벽장식이라든지 펀치 니들로 만들어낸 패브릭 소품이다. 가끔 지점토를 주물러 자그마한 오브제를 만들고 또 벽에 바르고 남은 퍼티를 물에 개어 캔버스에 입체적인 무언가를 창조한다. 어려서부터 이런 소소한 '딴짓'이 좋았다. 그때는 한창 유행이던 팬픽을 쓴다거나 야매로 포토샵을 해 웹페이지를 만드는 정도였다. 뜨개질에 좌절해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코로나가 나의 딴짓 감각을 다시 각성하게 했다. 본업이 아니기에 더 즐거운 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에피소드에서는 '방구뽕'이라는 자가 학교와 학원에 갇힌 아이들을 납치해 산속에 풀어놓는다. '어린이는 당장 놀아야 한다'면서 "놀자~!!!" 하고. 나에게 딴짓은 내 안의 어린이를 놀게 하는 것과 같다. 현생에 찌들어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한 자여 우리 잠시 현실에서 도피해 놀자!! 모든 취미와 놀이가 그렇듯 생산성은 없지만, 어쩌면 생산적이지 않기에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
우영우처럼 큰 고래가 날아다니는 건 아니지만 내 머릿속에도 이걸 이렇게 저렇게 하면 뭘 하나 만들 수 있겠다! 하는 상상들이 떠다닐 때가 있다. 그것들을 잘 정리해 스케치북에 간단한 그림도 그리고, 수고로운 시간을 들여 현실로 만들어 놓으면 우선 기쁘다. 뿌듯하고 괜한 성취감마저 든다. 누구에게나 있는 예술가의 감성이 한 뼘 성장한 느낌. 이런 느낌은 아코디언처럼 쭈글쭈글 쭈구리가 된 현생의 나의 등을 펴게 한다.
딴짓은 어려울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을 찾는 것에 있다. 딴짓은 마치 어릴 적 엄빠에게 졸라도 칼 같이 거절당했던 구슬 아이스크림을 맘껏 사 먹을 수 있는 어른의 맛과 같다. 잊고 살았던 어린 나의 욕망에 귀를 기울이자. 예를 들면 풍선껌 10개 한 번에 씹기, 비 오는 날 밖에서 뛰어 놀기, 츄러스 먹으러 놀이동산 가기, 피아노 배우기, 커터칼로 연필 한 자루 끝까지 깎기 등등. 이제 나는 돈 버는 어른이 됐고 딴짓의 이름으로 어린 나의 자그마한 욕망을 들어줄 수 있게 됐다.
애증의 돈벌이로 나의 정체성은 휘청휘청 애처롭다면, 그 돈으로 어린 나를 만나 딴짓을 해보는 걸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