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주간 내 안에 있다가 사라져 간 아이.
안녕? 언제 왔다가 갔는지도 모르겠네.
지지난주에 네 존재를 알게 되어 너무 얼떨떨했어. 아빠와 늦은 만남으로, 언니도 낳은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너도 어서 만나고 싶어서 계속 준비했어. 모든 게 내 계획 대로라 신기했어.
다만 언니가 10개월이라 육아는 내 상상보다 더 힘들더라. 아빠가 육아휴직 중인데도 둘 다 피곤하고 몰라서 자주 부딪혔어. 네가 생겼는데도 기쁜 건 잠시고 언니를 챙기고 회사일과 집안을 생각하니 둘은 어떻게 키우나 걱정이 앞섰어. 그리고 아빠랑도 싸우고 허리가 아파도 밥도 제대로 안 챙겨 먹었어.
넌 두줄로 네 존재감을 뽐낸 후 아무 소식이 없었지. 속이 메슥거리지도 않고, 먹고 싶은 것도 없었어. 심지어 졸리지도 않아서 꼬물이 얘는 엄청 순해서 엄마를 도와주는 줄로만 알았어. 5주 차에 병원에 갔을 때도 아기집과 난황이 조그마하게 있어서 잘 자라고만 있는 줄 알았어.
7주가 되어 병원에 갔지. 2시간을 기다려서 만난 화면 속의 너는 더 커진 아기집에 없었어. 원래대로라면 200에 근접한 심장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텅 빈 화면을 보니 멍하더라. 선생님은 초기의 유산은 유전자의 문제라 부모 잘못이 아니라고 하셨지만. 그냥 눈물이 나오더라. 아빠랑 싸웠어도 내가 먼저 풀고 화해하며 스트레스를 줄일걸. 좀 더 자고 잘 먹을걸 후회만 되고 미안하더라고.
미안해. 이제 수술로 아기집도 없어졌고 여전히 식욕도 없고 생각나는 게 없어. 욕심 없는 꼬물이. 초음파 사진 한 장만 남아서 너를 기억하는 게 너무 없어서 아쉽다.
유산을 하고 수술을 하면 출혈이 있는 게 자연스럽다는데 그조차 전혀 없는 걸 보면 너는 아직 내 몸에 계속 있고 싶은 건가 하는 생각에 눈물이 많이 난다. 유산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오만하게 생각한 내가 부끄러워.
꼬물아. 너는 이제 갔지만 더 건강한 아이와 만났으면 좋겠어. 평생 너를 기억할께. 미안하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