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깊이 연결된 순간의 기쁨에 대하여
서로를 깊이 알면
우리의 세계는 어떻게 넓어지는가.
누군가와 깊이 연결된 순간의 기쁨.
책 표지에서 이렇게 심쿵한 책을 만나게 되다니.
요즈음 내가 생각하고 마음을 두는 부분을 이 책이 딱 짚어주고 있는데 저자의 깊은 통찰에 놀랍고 반갑다.
전에는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 부러웠는데, 이제는 지혜로운 사람, 마음이 넓고 따뜻한 사람, 친구가 많은 사람이 부럽다.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는 뉴욕타임스의 유명한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이다. 그는 우리가 삶에서 ‘관계’로 인한 기쁨을 만끽한다는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그 큰 만족감을 누릴 수 있는지의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어떻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한 사람을 진심으로 바라볼 때, 사랑하는 사람을 깊이 알아갈 때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가 지금 겪고 있는 것을 이해하는 것,
그를 정확히 앎으로써 그가 자신을 소중한 존재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일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며,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또 당신 자신에게 주는 궁극적인 선물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깊이 이해하려 노력하는 삶의 방식을 저자는 ‘일루미네이터(illuminator)’라 하며, 그 안에 인생의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고 말한다.
일루미네이터는 다른 사람의 삶에 깊이 들어가 공감하고 이해함으로써, 밝은 빛과 큰 기쁨을 선사한다. 동시에 자신은 그 관계와 경험을 통해 만족감을 맛보고, 삶을 대하는 관점이 더 넓어지며,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된다고 한다.
저자의 이야기에 나를 비추어 보았다.
나도 주변의 사람들에게 ‘잘해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고, 존중하며 배려하고자 애쓰며, 신의를 지킨다. 그런데 저자의 생각은 이보다 훨씬 깊음을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된다. 잘해주고 못 해주고 가 아니다. 내 앞에 있는 다른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 그리고 그를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말하고 있었다.
나에게 이러한 관심과 노력이 얼마나 있어왔던가?
인생은 다 다르고, 우리는 인생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처리하고 경험한다. 이에 우리가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그의 인생에 일어난 일들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현실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질문해야 한다.
사람은 자기가 살아온 인생 전체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 바로 인생의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으므로, 서로를 알아가는 ‘동행’의 단계가 중요하다. 일상을 함께 하는 편안한 시간을 보내거나 놀이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존중함을 확인하는 것이며, 고통의 순간에 그 사람 옆에 말없이 함께 있어주는 것이다. 이를 거쳐 우리는 서로 마음을 연다.
살아온 이야기를 나눌 때 무엇이 달라지는가
당신의 인생을 하나의 이야기로 나에게 들려줄 수 있나요?라고 저자가 묻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일관성 있고 정확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며, 정체성이 안정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만약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낼지 모르겠다면 자기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기가 어떤 이야기의 부분에 위치해 있는지를 인지할 때 다음에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고, 그것을 미래의 자신을 도와줄 전체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현재의 고통을 견딜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생의 이야기를 이끌어 내고자 이렇게 질문한다.
인생의 최고점, 최저점 그리고 전환점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는,
언제부터 현재와 같은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느냐는,
당신의 가치관을 심어준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는,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냐는 질문들이다.
만약 저자가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질문해 온다면...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 같이 드라마틱한 것이 없고, 큰 변화라고 할 것도 별로 없는 이야기예요. 그래도 제 이야기를 듣고 싶으세요?라고 물어보며 수줍게 이야기를 시작할 것 같다.
현재의 나를 단단하게 둘러싸고 있는 소중한 가족, 그리고 오랜 기간 애정을 쏟아 책임을 다해온 나의 일, 이 둘을 균형 있게 해내고자 애쓴 노력과 이를 도와준 주위의 고마운 사람들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부모님의 신뢰와 깊은 사랑을 이야기할 것이고, 미래는 미지의 영역이나 책 읽기와 글쓰기로 깊고 넓은 사람이 되기를,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한 기쁨을 더욱 배우고 누리기를 소망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누군가 내 앞에 있는 한 사람, 독특한 개인을 이해하는 데는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야기는 수많은 작은 영향들이 모여서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그가 어떻게 고군분투하는지, 행운이나 불운으로 인하여 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려준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 당신은 그 사람의 경험을 함께 겪는 것이며, 그에 대해 한층 개인적이고 복잡하며 매력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다고 말한다.
또한 인생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개인의 내면의 목소리에 저자는 주목한다. 인생 자체는 질병, 사고, 배신, 행운, 불운 등 무작위적인 사건들이 눈보라처럼 휘몰아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일관성과 의미와 목적을 가진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하고자 애쓰는 것이 내면의 목소리이며, 이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신비함이며 기적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인생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 내면의 작은 목소리가 뇌의 어느 부분으로부터 오는지, 아니면 보이지 않는 영혼으로부터 인지, 그 의식과 생각이 어떻게 무너지기도 하고 또다시 일어서기도 하는 것인지, 모두 거대한 수수께끼인 것이다.
그러면, 지혜는 어디에서 오는가
지혜는 사람에 대하여 아는 것이라고,
지혜는 한 사람이 누구인지 또 인생의 복잡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게 옳은지 깊이 꿰뚫어 보는 능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일루미네이터들만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위대한 선물인 것이다.
지혜는 현명한 사람을 만났을 때 얻어지는 것이며 개인적이고 맥락적인 것이다. 이에 그의 독특한 자아 및 상황에 특수하게 들어맞는 것이다. 지혜는 액자로 걸어두는 솔로몬의 격언처럼 일반화될 수 없다. 현명한 사람은 우리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으며,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우리가 자기의 나약함을 드러내고, 진짜 본모습을 마주하는 두려움을 떨쳐 내도록 환대하며, 우리가 자기 생각과 감정을 처리하고 의미를 찾아 나아가도록 돕는다. 현명한 사람은 충만하고 다양한 삶을 살았으며 자기가 겪은 것을 깊이 성찰한 사람이다.
지혜는 인생의 온갖 함정에서 살아남는 데서, 인생을 살며 번창하는 데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넓고 깊게 접촉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인도를 따라 일루미네이터로, 더 넓어지는 세계로 나아가고 싶다.
데이비드 브룩스 《사람을 안다는 것》, 이경식 옮김, 웅진지식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