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령 《실패를 통과하는 일》

by Clare books


“내가 만난 콘텐츠들 덕분에 삶이 달라진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내가 고를 수 없는 운에 따라 인생의 출발선이 달라진다. 하지만 출발선의 격차를 조금이나마 좁힐 방법들이 있다. 교육이 그 하나라면, 다른 하나는 콘텐츠/미디어라고 믿는다.

내가 지금 발 딛고 있는 곳 바깥에 더 크고 역동적인 세계가 있다는 것.
그 세계에 내가 몰랐던 많은 가능성과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것.
세상에는 내가 닮고 싶고 따르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나도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을 고려하며 인생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과 모른 채로 결정하는 것은 시간이 쌓일수록 삶의 방향을 점점 다르게 만든다.

콘텐츠 시장에서 일한다는 것은
내가 강렬하게 좋아하는 일에 몰입할 수 있다는 점과
다른 사람에게 도움 될 수 있다는 점,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최상의 선택지였다.”

이 책은 초반부에서부터 독자를 고양시키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
이는 박소령 저자가 화려한 이력과 스타트업을 창업해 10년간이나 경영해 왔음에도 자신의 경험을 ‘실패담’이라고 정의하며 매우 상세하게 기록하였고, 그 기록이 읽는 이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10년 기간 중 가장 뇌리에 남은 10가지 장면-대부분은 잘못된 결정의 순간-을 떠올려, ‘나의 기억’과 ‘지금의 생각’으로 구분해 이야기한다.

실패의 기억, 잘못된 결정의 순간을 다시 떠올림은 얼마나 쓰리고 아픈가.. 그 원인은 욕심일 수도, 어리고 미숙함일 수도, 어쩌면 불가항력적인 외부 환경일 수도 있다. 어떻든 저자는 창업자이자 경영자로 보내온 긴 시간 중 기억하고 싶지 않을 순간에 다시금 자신을 갖다놓는다. 이로서 읽는 이들이 유사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태도는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스타트업 창업자 CEO의 삶이 이렇게까지 터프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창업이 힘들고 또한 실패 확률이 매우 높음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저자의 경우는 ‘퍼블리’라는 콘텐츠 구독 멤버십을 최초로 성공시키고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수차례 성공한 기업이 아닌가.
그럼에도 10개의 장면을 통해 저자가 풀어놓는 이야기 속 CEO로서의 경험과 고민은 나같은 평범한 사람의 삶을 훌쩍 뛰어 넘는다.
이제껏 없던 콘텐츠를 ‘구독’한다는 새로운 서비스를 구현해 냄을 자신의 삶의 미션으로 삼고, 또한 ‘나는 누구인가’ 질문 앞에 당당하게 긴 시간을 살아오다니..
저자의 비범함으로 인한 나의 삶과의 편차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야기가 와닿는 것은 그가 매우 솔직하게 자신의 내면까지 글에 다 드러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장면 중 두번째, ‘창업자가 시작할 때’에서 30대 중반의 저자가 자신을 진정 가슴뛰게 하는 일에 몰입하고자 함에, 또한 다른 이에게 도움 될 수 있음에 창업을 결심함은 참 멋지다.
그는 명확하게 자신의 인생의 미션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창업을 선택했다. 이에 그 컨텐츠 사업이 한계에 다다라 마침내 그만두는 결정을 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까왔다.

한가지 씁쓸한 것은, 큰 성공을 거두는 사업일수록 인간의 본성-실상은 인간의 죄악-에 올라타야 한다는 저자의 뒤늦은 통찰이다. 인스타그램-교만, 페이스북-시기, 엑스-분노, 넷플릭스-태만 으로 짝지워진다니 말이다.

장면 중 첫번째, ‘창업자가 그만둘 때’에서는 창업자로서의 외로운 의사결정에 더하여, 직원과 관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사업을 정리해가는 과정들 또한 절대 녹록지 않았고 건강마저 안 좋아졌던 이야기에 마음이 더욱 안타까왔다.

다만 저자가 이 책을 '실패담'이라 함에 나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이 이상주의로 치부될지라도.. 세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자신만의 미션을 향해 어느 누구보다도 하루하루를 꽉 채워 살아온 삶에 ‘실패’라니..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절이다.

“창업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정직하게 매일매일 답을 내야 하는 일이라고. 그렇기에 지난 10년을 보내며 내가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은, 이 시간을 온몸으로 통과해낸 ‘나 자신’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 누구도 가져갈 수 없는 흉내낼 수도 없는 오롯이 나만의 것이기도 하다."


“실패를 통과하는 일” 박소령 지음. 북스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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