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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Dec 18. 2020

늦깎이 학생으로 살아남기

#01. 미국에서 뭐해먹고살지?

백신 얘기로 떠들썩하지만, 여전히 지역사회 감염이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비자는 여전히 홀딩 상태이고, 이민국에서는 4월 서류를 처리 중이라 했다. 우리 순서가 오기까지 아직도 3개월이나 남은 것이다. 한 번에 승인을 받더라도 미국으로 돌아가기까지 5~6개월은 남은 셈.


크리스마스와 피앙세 생일 선물을 준비하며 분주하게 지냈던 11월과 달리 12월은 의외로 조용하다. 매년 사람들과 모여 부어라 마셔라 하던 연말 파티도 모두 사라졌고 조용히 방 안에서 한해를 되돌아보자니 가슴 한편이 답답했다. 올해 내가 계획한 게 뭐였지? 뭘 했고 뭘 못했지? 내년엔 뭘 하지? 코로나와 비자 문제로 성질만 내고 답답하다 하소연만 했지 생각해보니 올 한 해 한 게 별로 없었다.


요가, 다이어트, 영어공부, 해금 등 이것저것 시작은 많이 했지만 모두 타임 킬링용이지 특별한 목적이 없었다. 심지어 제대로 해낸 것도 없다. 시작만 하고 끝은 흐지부지... 갑자기 목표라는 게 필요해졌다.


미국에 돌아가면 어떤 일을 하고 살아야 될까 고민했다. 대학 졸업 전부터 일을 시작해 많은 회사를 거쳐왔다. 좋았던 곳도 있고 나빴던 곳도 있지만 회사생활 자체에는 큰 거리낌이 없었다. 오히려 재밌었지. 월급을 받아 사고 싶었던 이것저것을 사고 월세도 내고 가~끔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크게 불평할만한 게 없었다.


하지만 30대가 되었고, 미국이라는 곳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고, 가정을 꾸리고 살아야 한다는 가정이 붙으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이를 나아 키우기 시작하면 금전적으로도 아쉬운 게 많아질 것 같았고, 외국인 신분으로 미국에서 살면 여러 제약도 많을 것 같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난 집에서 아이만 돌보며 지내고 싶지 않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안정적인 고용환경(일의 수요), 높은 급여, 사회적 지위, 직업에 대한 좋은 인식'이 내가 원하는 조건이었다. 모두가 원하는 당연한 것들이겠지만 난 '안정적인 고용환경'을 원래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젊을 때 열심히 일하다 보면 뭐 언젠가는 돈이 모여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디 한 곳에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여러 필드를 넘나들며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조마조마하는 것이 아닌, 한 분야를 깊이 있게 팔 수 있었으면 했다.


이렇게 놓고서 내가 도전해볼 만한 직업에 어떤 것들이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하나같이 자연계열, 공과계열이었다. 난 극 문과&상경계열의 사람인데 말이다. 이래서 어릴 때 어른들이 기술 배워야 한다며 귀에 딱지가 앉게 말해주셨나 싶었다.


그러다 문뜩 간호사라는 직업이 떠올랐다. 내가 한 번도 공부해보지 않았던 분야인 데다 해낼 수 있을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 직업. 그런데 이상하게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처음 미국에 가서 살아보겠다며 다짐했던 그날처럼. 간호학 공부가 너무 궁금했고, 사회에 도움이 되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일주일을 고민한 후 피앙세에게 말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다시 공부를 시작할 수도 있다고. 대출을 받아야 할 수도 있고, 3~4년은 꼼짝없이 공부만 해야 할 수도 있다고. 근데 이 길이 나를 위한 길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인 것 같기도 하다며 설득했다. 뭘 선택하든 어떤 걸 하든 언제나 응원하고 서포트해주겠다는 대답을 들으니 두근두근 튀어나올 듯이 뛰던 심장이 착 가라앉으며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미국에 들어가기 전까지, 토플 준비를 하고 고등학교 생물학, 수학 책을 좀 들여다볼까 한다. 피앙세와 매일 대화하며 영어를 쓰는 환경에 놓여는 있지만 시험을 위한 영어는 또 다른 것 같았다. 특히 토플... '이런 것까지 외워야 해?'가 툭툭 튀어나올 정도로 이제껏 내가 공부해왔던 단어와는 사뭇 다르다. 생물학, 수학은 아직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미리 한국어로 개념을 정리한 후 넘어가면 초반 적응기 때 편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과연 내가 다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을까?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생각하면 좀 간절해질까? 걱정이 지워지지 않지만 일단 부딪혀보기로 했다. 파이팅.   




아, 번외로... 

아래는 내가 가서 살게 될 지역의 커뮤니티 칼리지 널싱 프로그램 프리렉 교과목이다. 별표만 들으면 되는 줄 알고 금방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그걸 들으려면 또 미리 들어야 하는 선수과목이 있었다......^^

학부 때 들은 교과목 중 인정될만한 교과목이 단 1도 없는 100% 문과생이 널싱 프로그램에 합격하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까 벌써 두렵다... 중간에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1) MAT001 - Developmental Mathematics Skills 

2) MAT006 - Pre-Algebra and Algebra I

3) MAT007 - Algebra I

4) MAT009 - Mathematical Literacy

5) * MAT 103- Statistics


1) * BIO 130- Anatomy and Physiology I

2) * BIO 132- Anatomy and Physiology II

3) * BIO 244- Microbiology


1) ESL017 - ESL College Composition I

2) ENG009 - Basic English Skills

3) ESL018 - ESL College Composition II

4) ENG010 - Developmental Writing

5) * ENG 101- Standard Freshman Composition

6) * ENG 102- Introduction to Liter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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